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지긋지긋한 회사일에서 해방돼 느긋하게 은퇴 후 삶을 사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안락한 은퇴 생활은 일종의 ‘로망’인 셈이다. 하지만 은퇴 후 안락한 삶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닐 터. 준비없이 무턱대고 은퇴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나타나는 징후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징후들이 있을 때 은퇴 결심을 잠시 유보하면 최소한 실패의 아픔은 겪지 않아도 된다. ‘직장인들이 은퇴하면 안되는 3가지 징후’를 USA투데이가 소개했다.
■ 은행잔고가 빈약할 때
현금 자산이 부족하다면 은퇴를 잠시 유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현금 보유고 수준은 그만큼 중요하다. 현재 은행잔고가 30만달러가 있다고 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재정전문가들에 따르면 은퇴 후 은행잔고 소진율은 연 4%대가 적정선이다. 1년에 4% 정도 저축한 돈을 빼서 쓰게 되면 대략 30년 정도 은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현재 은행잔고가 30만달러이고 매년 4%씩 돈을 빼서 은퇴자금으로 쓴다면 1년 수입은 1만2,000달러. 이것만으로 은퇴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보장 연금이나 지원금을 합해도 현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사회보장 혜택으로 1인 평균 받을 수 있는 현금은 연 1만7,000달러. 저축금에서 빼낸 1만2,000달러와 합치면 2만9,000달러가 수입인 셈이다. 의료비 지출을 감안하면 아무리 검소하게 산다고 해도 넉넉한 은퇴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 따라서 은퇴를 결정하기 전에 저축으로 어느 정도 은행잔고를 만들어 놓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현재 은행잔고를 과신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삶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직장에 미련이 있을 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직장일에서 탈출을 갈망하고 이런저런 시도도 해본다. 하지만 직장일과 경력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면 이것 역시 은퇴를 유보해야 할 징조다. 미련이 남아 있다면 차라리 계속 직장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직장을 오래 다니게 되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 저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저축한 현금에 손댈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이것은 곧 은퇴 후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직장에 더 오래 다니게 되면 사회보장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출 수 있어 그에 따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을 오래하면 할수록 수명도 연장된다니 직장에 미련이 있을 때 은퇴를 유보하는 것은 일석이조다.
■ 은퇴 후 아무런 계획이 없을 때
은퇴자의 40%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경험한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특별하게 하는 일이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원인이다.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없다면 이것 또한 은퇴를 하지 말하야 하는 징조다. 아무리 경제적인 상황이 좋다고 하더라도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 하는 일 없이 그저그런 삶을 살면 그 결말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귀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은퇴 비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없다면, 또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은퇴 생각을 잠시 접고 지긋지긋하지만 직장일을 참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 되는 셈이다.
<남상욱 기자>
누구나 은퇴 후 안락한 생활을 꿈꾸며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아무런 인생 계획없이 은퇴했다가는 크게 후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