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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왜 공사장에?’일본사회 깨어지지 않는 벽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4-25 09:09:59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노동자부터 동료, 감독관, 고객들까지 

여성인력에 대해서 뿌리 깊은 거부감

니시오카의 경험담은 20년 전 상황에 바탕을 둔 ‘흘러간 이야기지’만 지금도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심각한 고용차별과 임금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설업계는 예나 지금이나 여성에게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니시오카가 이른바 ‘노가다’ 판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 전체적인 근로 상황은 이전에 비해 여러모로 달라졌다. 만성적인 저출산과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노동업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이 벌써 수년째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와 정부 모두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를 인력난 해소의 최우선 해법으로 제시한 가운데 건설업계 역시 현장의 여성인력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만성적 인력부족난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더구나 건축업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장애물로 인해 여성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힘들다.  

물론 정부의 서툰 대응을 꼬집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관련 당국은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건설업종의 남녀공용 일자리를 소개하는 파스텔 색상의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예를 들어 여성 용접공을 모집하기 위한 사이트는 하트모양의 핑크빛 용접 마스크에 같은 색상과 모양의 유니폼을 착용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 웹에 링크되어 있다. 

현재 건설업계는 여성전용 포터블 화장실과 드레싱룸도 제공한다. 하지만 현장을 뛰는 대다수의 여성인부들은 핑크색에 꽃무늬 패턴으로 꾸며진 이동화장실을  민망스러워한다.   

일본 최대 건설업체 중 하나인 시미즈 코퍼레이션의 인력관리실 고용다양성 담당 디렉터인 니시오카(46)는 “여정 전용 화장실을 볼 때마다 이건 분명 어리버리한 남성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일 것”이라며 실소했다. 

건설업계의 여성인력 증강 책임을 맡은 건설부 관리인 와타나베 히로키는 전반적인 일본정부의 방향은 그리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며 “핑크색 이동화장실 제공 이외에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여성을 많이 고용한 업체를 선별해 포상을 하고, 컨설턴트를 고용해 업체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여성 채용을 설득하는 한편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도 업계의 여성인력과 여성임원 증원을 장려하는 이른바 “우머노믹스”(Womenomics)를 추진해왔다. 여성의 노동참여율만 놓고 보면 일본은 이미 미국을 앞지른 상태다. 통계에 따르면 노동연령층에 속한 일본 여성의 75% 이상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상황은 여성을 보다 광범위한 경제로 통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여성 토목기사들과 숙련노동자들의 수를 2019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20만 명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4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증가폭은 기존 인력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건설업계에서 여성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 수준이다.   

최대 난제는 여성을 향한 일반의 고정관념이다. 남서부 지역의 소형 건설하청업체인 즈므켄의 여성 최고경영자 코모리타 준코 는 “일본 건설업계는 아직도 여성 기사들의 현장 투입에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코모리타는 “많은 남성 인부들이 여전히 여성 기사의 지시를 받으려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로 얼마 전에도 즈므켄의 한 여성 현장기사는 공사기일을 맞추라고 지시했다가 면전에서 남성인부들로부터 “히스테리가 심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임금도 문제의 큰 부분이다. 2016년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력부족에도 불구하고 건설근로자들은 다른 업계의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25%가 적다. 게다가 건설업계 여성 노동자는 같은 직급의 동료남성에 비해 평균 30%를 덜 받는다. 

시바우라 기술연구소의 건축학 교수인 가티사와 히로다케는 “이 정도 임금은 수퍼마켓 직원이나 공장 공원이 받은 봉급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강도는 건설 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하지만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은 임금보다 들쭉날쭉한 노동시간이다. 현장일이 밀릴 때에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주말도 쉴 수가 없다. 남녀불문하고 신참 건설 노동자들은 4년의 도제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고된 노동으로 인해 기한을 채우지 못한 채 도중하차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육아문제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대형 공사장의 감독으로 낙점 받으려면 긴 근무시간과, 경우에 따라선, 거주지 이전까지 감수해야 한다.  

3년 전 시미즈에 고용돼 현재 구조물 작업반장으로 활동하는 나카무라 유호(25)는 역시 다른 건설회사 직원인 약혼자와 합의하에 매주 주말 중 하루는 둘 가운데 한 명이 아이들과 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최근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신과 약혼자 회사 모두 공사장에 직원들의 어린 자녀들을 위한 놀이방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여자가 왜 공사장에?’일본사회 깨어지지 않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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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나카 건설회사의 매니저인 시모다 미쿠(27)가 토쿄의 공사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인력 확충을 위해 설치된 사내 위원회 켄세추 코마치의 위원이다. 켄세추 고마치는 “건축 미인” 정도의 뜻을 지니고 있다.              <Irene C. Herrera/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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