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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지킨다!”… 호신술 배우는 인도 소녀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4-24 09:09:15

뉴델리,호신술,인도소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남자들은 우리를 인간 취급 안해”

잇단 집단성폭행에 논쟁 뜨거워도

대응 미진하자 방어술에 큰 관심

최근 어느 화요일, 인도 뉴델리의 NSKV 스쿨의 활기 찬 아침, “렛츠 고, 렛츠 고”를 외치며 200명 가까운 여학생들이 강당으로 달려갔다. 강당 안에 줄지어 늘어 선 학생들은 머리를 묶은 붉은 리본을 단단히 조인 후 주먹을 불끈 쥐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오스!” - 가라데를 시작하는 일본어 구호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가라데 킥과 펀치를 시작하기 전 교관을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한 소녀들 사이에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귓속말, 미소들이 오갔다.

“웃지 마세요!” 교관인 여성 경찰관 레누가 소리쳤다. “여성을 존중하라”는 글씨가 등에 새겨진 흰 티셔츠를 입은 레누 경관은 단 위에 서서 소녀들을 향해 엄중하게 물었다. “그들이 여러분을 공격할 때 웃으면서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은 분노로 그들에게 반격을 가해야 합니다”

소녀들의 표정에선 미소가 사라졌고 허공을 향해 더 빨리 움직이는 그들의 꽉 움켜 쥔 주먹은 단호한 결의를 드러냈다.

오늘은 뉴델리 경찰국이 주최하는 10일 일정의 호신술 클래스 7일째 날이다. 가라데, 태권도, 유도의 기법을 혼합한 호신술을 배우며 상당수 여학생들은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 자기 스스로를 방어하는 일이다.

뉴델리 경찰국은 8년째 시내 전역의 공립 중고교와 대학에서 무료로 이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관들은 레누 같은 여성 경찰관들로 레누의 경우 앞으로 6개월간 클래스 수강 인원이 다 차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신술 클래스 외에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마련되었다. 강사는 변호사들, 공공장소에서 여성에 대한 존중 및 곤경에 처한 여성 돕기 등에 대해 가르친다. “남성들에게 소녀와 여성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레누 경관은 설명했다.

그녀는 최근 납치된 8세 소녀가 집단 강간 후 살해당한 사건을 비롯해 인도 곳곳에서 벌어진 잔인한 성폭행 사건들이 전국적으로 조명되면서 호신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2012년 뉴델리에서 버스를 탔던 23세 여성 즈요티 판데이 싱이 집단 강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후 이곳 여성들은 불안에 휩싸여 왔다. 그 잔인한 성폭행은 전국적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렀지만 문제는 거의 해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자각의 계기는 되었다. 피해 사실을 고발하기조차 수치스러워 침묵 속에 고통을 참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앞으로 나서서 불의를 고발하고 이 같은 성폭행에 대한 사회정의를 촉구하는 용기를 갖게 했다.

이날 NSKV 스쿨에서 11세~17세 180여명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호신술 강의에서 레누 경관이 물었다. 길을 걸어가다가 뒤에서 머리를 때리거나 목을 움켜잡는 공격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난 며칠 배운 대로 소녀들은 “소리를 지르고, 발길로 차고, 펀치를 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우리가 소녀들에게 가르치는 첫 번째 대응은 온 힘을 다해 소리쳐서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라고 말한 레누 경관은 소녀들은 보통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 남들에게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큰 소리를 내는 것도 그들에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뉴델리에 처음 온 여성들에겐 성폭행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맨 처음 듣게 되는 조언 중 하나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공원에 갔던 한 젊은 엄마도 한 소년을 데리고 온 한 할아버지의 개탄을 들었다. 다른 지방에 살지만 뉴델리의 딸집에 자주 온다는 그는 “내겐 손자밖에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뉴델리는 어린 소녀들에겐 살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나 성 평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끔찍한 악몽이 거리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공포 그 자체였다.

호신술 강의를 듣는 16세 여학생 모나 샴쉐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상대의 배를 두 주먹으로 가격하는 것이라면서 “내 키에 맞는 방어법”이라고 말했다. 5피트 키의 자신이 공중으로 뛰어 올라 어퍼컷을 날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어린 소녀답게 키득거렸으나 호신술을 배우려는 그의 내면엔 일상의 두려움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지난해 언니가 동네에서 혼자 길을 가다가 성폭행을 당한 이후엔 자신도 이번 달 학교에서 호신술 클래스를 수강하기 전까지는 늘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여자들은 안전하지 않아요. 남자들은 우리를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합니다”

그러나 꽉 쥔 주먹으로 활짝 편 다른 손바닥을 세게 치며 모나는 덧붙였다. “이젠 내게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는 내가 지킨다!”… 호신술 배우는 인도 소녀들
“나는 내가 지킨다!”… 호신술 배우는 인도 소녀들

뉴델리 경찰국이 주최한 장기방어 훈련 캠프에서 여학생들이 호신술을 배우고 있다. 한 여학생은 “지금 여자들은 안전하지 않다. 남자들은 우리를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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