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약한 고객 재산 다루기 쉽지 않아
짐싸기 . 뒷정리 등 전문인력 맡겨야
킴벌리 맥하흔은 2006년 볼티모어와 워싱턴 DC에서 ‘렛스 무브’라는 노인 이주 전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노인들의 물건을 정리하고 이를 포장해 새 주거지로 옮긴 후 짐을 풀어 침대, 가구 배치 등 노인들이 즉시 편안하게 입주해 생활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삿짐센터다. 노인들을 대신해 불필요한 물건을 판매 또는 기부하고 새 거주지까지 안락하게 꾸며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술 기업 세일즈 디렉터를 지냈던 맥매흔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넘친다”면서 “지금까지 5,500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고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50%씩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리노이 힌스데일에 본부를 둔 ‘전국 시니어 운송 매니저 협회’(National Senior Move Managers association)는 2002년 발족 이후 회원들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협회는 미국내 노인들의 이사를 전담하는 운송 회사들의 모임이다. 협회에 가입한 회원 수만도 2016년 약 950개 회원사에 달했고 이들 회사들의 총 수입도 2억2,500만달러에 달한다. 또 2017년 회원사는 거의 1,000개에 육박한다.
신시내티에 본부를 둔 노인 이주 및 운송 서비스 프랜차이즈 ‘케어링 트랜지션스’(Caring Transitions)는 12년전인 2006년 발족했지만 현재 178개 산하 업체를 두고 있고 그중 17곳은 올해부터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티파니 밴존슨-러츠 마케팅 디렉터는 1만9,000여명의 고객들의 이주를 도와 줬다면서 “비즈니스가 지난 5년 사이에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진짜 힘들어
시니어 운송 매니저 협회의 메리 케이 바이지 국장은 인구 변화가 이런 종류의 비즈니스 성장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베이비부머들은 그들의 연로한 부모들이 주거지를 줄여 이주하도록 돕기를 원하지만 일과 가정생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처 부모의 이주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신들을 대신해 부모의 이주를 도와줄 전문 이주 도움 업체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은 베이비부머라고 해도 부모의 이주를 위해 집안을 정리하고 짐을 싸는 등의 일은 매우 어렵다.
비이지 국장은 “평생 모아뒀던 여러 가지 소지품과 2,500스퀘어 피트의 널찍한 주택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 400피트 규모의 노인 보호 시설로 옮긴다고 생각해 보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이 빠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 이사꾼들에게 이주를 맡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감정 문제다.
노인 돌봄이와 노화 문제를 컨설팅해주는 캐롤 브래들리 버삭은 이사 전문 회사를 고용하면 매우 민감한 시기에 가족 간의 불화를 막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머물던 곳을 떠나는 일은 감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고 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자주 마찰이 생겨 오히려 감정적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주 서비스가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해 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베이비부머 은퇴로 더 늘어
베이비 부모세대들이 조만간 부모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이런 다운사이징 이주 서비스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지 사무국장은 “아직 베이비부머가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노인 커뮤니티로 들어가기에는 5~7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7,9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 중 가장 나이든 사람들은 71세”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가격이 결코 씨지 않다. 어떤 회사는 건당 받기도 하고 어떤 곳은 시간당으로 비용을 받기도 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가격은 다르겠지만 보통 시간당 40~125달러다.
워싱턴 DC의 맥마호 ‘렛스 무브’ 대표는 시간당 65~75달러를 받는다면서 원치 않는 물건을 팔아주거나 폐기 처분해주는 일까지 해주고 총 이주 비용은 보통 5,000~1만 달러라고 말했다.
■ 입주
많은 노인 이주 전문회사들은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기부할 것인가, 또는 팔 것인가를 먼저 결정한 후 포장 하고 짐을 옮기고 에스테이트 세일을 해주고 집이 팔릴 수 있도록 준비까지 해주는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1994년부터 LA인근 맨해튼 비치에서 ‘젠틀 트랜지션스’를 운영하는 그렉 건더슨은 지난 3년간 15%나 증가했다면서 연간 1,000명 가량의 노인들을 돕는다고 말했다. 평균 이주 비용은 3,000~5,000달러다.
이 회사 직원들은 모든 물건을 분류 하고 이사 갈 집의 구조를 그려 내 공간에 맞는 물건 배치를 해준다. 실제 짐을 꾸리고 짐을 나르는 일도 하지만 모든 짐을 이주한 곳에 다시 풀고 정리해주는 일 까지 모두 맡아 한다. 건더슨은 비즈니스 절반은 새 입주 고객의 이사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내주는 은퇴 커뮤니티의 일이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알타디나에 리타 컬터(87)는 ‘젠트 트랜시션스’를 고용해 2,000 스퀘어 피트 콘도에서 은퇴 커뮤니티의 1,275 스퀘어피트로 이주했다. 컬터의 딸들이 처음에는 도와줬지만 컬터는 딸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전문 업체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업체 직원들과 함께 화분과 식기 숫자 등 새로 이사하는 곳에 들어갈 물건들을 결정하고 가져가지 않은 물건은 기부하거나 버리는 일을 도와줬다. 또 직원들이 새로 이사간 곳에 모든 짐을 풀어 정리해 주기도 했다.
컬터는 그림이 벽에 걸려 졌고 크리스탈이 이전 콘도에 있었던 것처럼 잘 진열됐다면서 “집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불도 은은하게 켜 놓고 음악까지 틀어 놓고 있었다. 딸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전했다.
■ 업체 선정은 신중하게
어떤 은퇴자 커뮤니티는 새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운사이징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고 또 이주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바이지 국장은 “새 입주자도 끌고 또 이들의 어려움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많은 은퇴자 커뮤니티가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직접 도와주지 않더라도 노인 이주 전문회사 명단을 제공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도움이나 전문 업체를 무작정 받지는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우선 서비스 업체가 믿을 만한지를 사전에 알아본 후 고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들은 쇠약한 노인들과 그들의 귀중한 재산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업체를 고용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바이지 국장은 예를 들어 “이같은 이유로 ‘시니어 운송 매니저 협회’는 회원 업소들에게 직접 4개 교육과목을 이수해 시험을 통과 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면서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이를 심의할 ‘동업자 평가 위원회’를 열어 조사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버삭 컨설턴트는 어떤 회사든 정부 채권을 구입해야 하고 적당한 보험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 사용자들에게 업체의 신용도를 물어 보고 ‘베터 비즈니스 뷰로우’와 같은 소비자 단체를 통해 과거 불만 사례가 접수 됐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좋다. 또 온라인에 나도는 업소 평가를 자세히 읽어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이주 업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버삭 컨설턴트는 “인터뷰 한 후 스스로에게 이들 업체가 이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돈 때문에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