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가정 갈등·폭력사태 위험수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쉴 새 없이 달려온 2017년이 어느덧 2주여 만을 남긴 채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올해는 미국과 한국이 정치 사회적으로 격변을 이룬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도 각종 대형 사건·사고들이 쏟아지고 경제의 명암도 교차하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올 한 해를 뒤흔든 이슈들을 중심으로 가는 해 2017년을 시리즈로 되돌아본다.
2017년은 LA를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족 살해 등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민사회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이 부각된 한 해 였다.
연초부터 오렌지카운티에서 60대 한인 여성이 자신의 조카를 총격 살해한 사건이 터져나왔고 여름에는 LA 한인타운 한복판 아파트에서 20대 젊은 부인이 자신의 남편을 칼로 찔러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연말을 앞두고 지난주 북가주 한인 가정에서 남편이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터져나오면서 2017년은 한인사회 내 존속 살해 사건이 세 건이나 발생한 해로 기록되게 됐다.
지난 1월10일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오렌지카운티 브레아의 주택가 드라이브웨이에서 한인 여성 제니퍼 이(40)씨가 총격을 받고 쓰러져 긴급히 UC 어바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진 사건은 이씨의 이모인 배은수(64)씨가 총격 용의자로 밝혀져 한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어 지난 7월30일 새벽 LA 한인타운 멘로 애비뉴와 11가 인근의 한 아파트 유닛에서 세입자인 성태경(31)씨가 유혈이 낭자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경찰은 성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현장에 있던 부인인 유미선(26)씨를 체포해 기소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숨진 성씨는 가슴 부위에 부엌칼이 찔린 채 숨진 가운데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 사이에서 왜 이같은 참극이 발생했는지 그 경위와 동기 등이 의문을 남겼다.
이어 지난주 북가주의 시골 마을인 홀리스터에서 한인 지상림(49)씨가 부인 윤 지(48)씨를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전격 체포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3면에 계속·박주연 기자>
이번 사건은 특히 LA에 사는 딸들이 모친의 행방이 묘연한데 의문을 품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게 돼 연말을 앞둔 한인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LA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여성을 노린 ‘망치’ 증오범죄 살인미수 사건도 올해 한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 중 하나였다.
지난 3월10일 한인들이 많이 몰리는 한인타운 올림픽 블러버드와 버몬트 애비뉴의 샤핑몰에서 한국에서 온 20대 남성이 또 다른 한인 여성을 상대로 망치를 무차별 휘두르는 ‘묻지마 폭행’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용의자인 양재원(22)씨는 피해 여성이 업소 앞에 서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중 갑자기 나타나 한국인인지를 물을 뒤 다짜고짜 망치로 여성의 머리를 가격했고, 이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약 30초 동안 피해 여성을 20차례 이상 내리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같은 사건들이 연이은 데 대해 한인 상담 전문가들은 “한인 이민사회에서 적응이 어렵거나 경제 문제로 인한 존속살해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평소에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불만에 대해서 풀려고 노력해야하며 가정 내 다툼이나 폭력 등의 문제의 신호를 받을 경우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정신과를 전문의를 방문 또는 주변의 정신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아 더 큰 범죄를 막도록 해야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 1월 브레아 한인 주택 총격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 <OC레지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