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펜스와 옆집 마당이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정말 아찔했습니다”
실마에 거주하는 바니 김(55)씨는 6일 지난 밤 산불로 인해 겪은 공포스런 경험을 이같이 전했다. LA 카운티 210번 프리웨이 북쪽의 앤젤레스 포레스트를 휩쓸고 확산되고 있는 이 지역 ‘크릭 파이어’의 화마가 실마의 주택가를 덮치면서 김씨의 주택은 물론 담장을 맞대고 있는 이웃 한인들 가정까지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처럼 남가주를 덮친 동시다발적 산불 비상사태 속에 실마 등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입은 직접적인 피해 상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씨와 남편 김형수씨 부부는 지난 5일 새벽 3시께 잠이 깼다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고 집 안팎을 살피다 산불이 동네까지 덮쳐온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이 지역 주민들이 풋힐 블러버드 대로 쪽으로 뛰어 내려가며 “불이 났다. 도와달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이후 소방관들이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이 순간 바로 옆의 한인 주택의 펜스가 불이 붙어 타기 시작했고, 남편 김씨는 곧바로 호스를 들고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웃 한인 주택과 김씨의 집 전체에 자칫 불길이 옮겨붙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자 위험을 감지한 김씨 부부는 중요 문서, 사진 과 같은 것을 미리 챙겨둔 가방을 챙겼고, 두 자녀들도 대피 준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혈압 등 건강문제로 거동이 불편한 올해 94세의 친정어머니가 당황하고 긴장하는 모습에 “어머니를 데리고 아이들과 함께 어디로 대피하나 싶어 하룻밤을 버티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뒷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인근 주택까지 다가오고 집 바로 앞 시작되는 산길에 나무까지 불길에 휩싸여 6일에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집이 다 타면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가족과 노모를 데리고 홈리스가 되나 싶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미리 받아놓은 물과 사놓은 비상식량으로 지내고 있는데, 재와 연기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 쓰레기도 제대로 버리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하루에도 청소를 대여섯 번은 해야 바닥에 바람에 들어온 재가 안 쌓인다”며 산불 지역의 힘든 상황을 전했다.
또 경찰이 풋힐과 밴나이스 등 대로부터 차량 통행을 통제해 주민들도 커뮤니티 밖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왕복을 하는 등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10년전 실마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볼 뻔 했는데 또 다시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며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손혜주 기자>
김씨 부부가 지난 5일 밤 산불로 불타버린 옆집 한인 주택의 정원과 펜스를 가리키며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실마의 산불 피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김형수 바니씨 부부가 6일 이 지역에서 산불 확산 방지 작업을 하고 있는 소방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