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에 600여 건물들
노른자위 땅에 웅장한 규모
총 부동산 가치 160억 달러
매년 뉴욕 메이시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할러데이 시즌을 여는 미국의 오랜 전통이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연례 퍼레이드를 후원해온 막강한 기업, 메이시가 이제는 강한 바람 앞의 풍선 같은 처지가 되고 있다.
미국의 소매업계에 온라인 거래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메이시 백화점의 분기별 매출은 11 분기 째 계속 떨어졌고, 주가 역시 올 한해 동안에만 41% 정도나 폭락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즉각 소비욕구를 만족시키고 구매한 상품을 무료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시대에 전통 백화점 메이시가 갖고 있던 매직은 퇴색했다는 것이 샤핑객과 투자가들의 공통적의견인 것 같다.
그것이 비단 메이시 백화점만의 운명은 아니다. 전통적 건물 매장을 갖춘 다른 소매업체들 역시 온라인 샤핑으로 돌아서 버린 미국 소비자들의 변덕에 적응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매출이 날로 떨어지는 데도 메이시가 버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이시가 갖고 있는 방대한 부동산 덕분이다. 미 전국에 자리 잡고 있는 메이시 백화점 건물은 600개가 넘는다. 이들 건물의 가치는 160억 달러 수준. 메이시 백화점의 시장가치인 64억 달러를 훨씬 넘어선다고 투자 관리 및 금융 회사인 코웬은 분석한다.
메이시의 유서 깊은 백화점 건물들 상당수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꿈에도 그리는 보물단지들이다. 화려한 외벽의 웅장한 건물들이 미국의 대표적 도시들 노른자위 땅에 자리 잡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가치가 엄청나다고 코웬의 부동산 분석가인 올리버 첸은 말한다.
뉴욕 34가의 메이시 본점 하나만도 시가가 33억 달러에 달한다. 메이시가 맨해탄에 위치한 이 본점을 팔 계획은 전혀 없다.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인 이곳은 소매 매장 공간이 100만 평방피트를 넘는다. 게다가 지난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4억 달러를 들여 대대적으로 재단장을 했다.
맨해턴 메이시는 오랜 세월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넓은 공간을 차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들도 있다. 상부 몇 층의 일부 구간들을 새로 개발하면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다.
이미 다른 도시들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시는 여러 도시에서 눈길을 사로잡던 백화점 빌딩들을 팔거나 혹은 부분적으로 팔았다. 예를 들면 오리건, 포틀랜드의 건물이다. 본래 마이어 & 프랭크 백화점이었던 이 건물에는 곧 ‘창의성 넘치는’ 사무실과 커피샵, 운동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메이시의 웅장한 백화점 건물들이 사무실이나 콘도 개발업자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데 이는 바로 소매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전체 소매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져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메이시 백화점이다. 시애틀의 메이시 건물 대부분은 사무실로 바뀐다.
그리고 메이시 백화점 건물에 들어갈 새 입주자는 아마존이다. 메이시나 다른 백화점들이 매장들을 대거 없애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거대 온라인 판매업체인 아마존은 47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메이시 백화점 건물에 내년 여름 다수의 직원들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시카고의 메이시 백화점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시카고의 대표적 빌딩으로 꼽히는 스테이트 스트릿의 건물이다. 본래 마샬 필드 백화점 본점이었던 이 건물의 상부 층들을 팔고 메이시는 ‘보다 생산적’ 매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먀샬 필드 백화점 건물 재개발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백화점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파니 디자인의 돔 천정이며 월넛 룸 레스토랑 같은 곳들이다.
그래서 백화점의 매장을 축소하면서도 “월넛 룸에서 식사를 하고, 티파니 돔 아래서 샤핑을 하며, 그레이트 클럭스 밑에서 회합하는 시카고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소중한 전통들은 그대로 살려 둘 것”이라고 메이시 측은 밝혔다.
도심에 자리잡은 백화점 빌딩들은 여전히 그 위풍과 가치를 갖고 있지만 문제는 교외 지역에 있는 백화점들이다.
지난 1월, 메이시 본사는 60여개의 백화점들을 폐쇄한다며 그 명단을 발표했다. 그들 중 많은 숫자는 교외 샤핑몰에 있는 백화점들이다. 예를 들면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메이시 같은 곳으로 이 건물은 얼마전 매각 되었다.
백화점 건물들을 폐쇄하고 다른 경비 절약 방안들을 도입함으로써 메이시 본사는 연간 2억5,000만 달러를 디지털 비즈니스와 다른 성장 전략들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60여개 백화점이 폐쇄되면서 직장을 잃은 직원들은 대략 3,900명에 달할 것으로 메이시 측은 앞서 발표했었다.
1900년대 초 뉴욕 맨해턴에 자리잡은 메이시 백화점 본점. 맨해턴 노른자위 땅에 역사적 가치까지 더해져 시가 33억 달러에 달한다.
필라델피아 다운타운의 메이시 백화점. 건물 안에는 최초의 가게였던 워너메이커스의 이름을 딴 파이프 오르간도 갖춰져 있다.
시애틀의 메이시 백화점 건물. 사무실로 전화돼 새 세입자로 아마존이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