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철 목사 유가족 잉글우드병원 상대 의혹제기
사망후에도 가족과 상의없이 부검 시도 주장도
병원측, “자체적으로 환자 사망원인 조사중”
뉴저지 잉글우드병원이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80대 한인목사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가족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바람에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한인목사가 사망한 후에도 병원측은 또다시 가족과 상의없이 부검을 시도하려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유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뉴저지 크레스킬 소재 한성장로교회의 고제철(85) 원로목사는 지난 13일 뉴저지 스팔타타운십 스카이뷰 골프클럽에서 타고 있던 골프 카트가 빗길에 언덕 밑으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사고직후 고 목사는 잉글우드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CT(단층촬영)를 한 결과, 뇌출혈 흔적이 발견돼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12시간 동안 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CT를 하기로 했다. 고 목사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 당시만 해도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고 팔과 다리를 움직일 정도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 목사는 중환자실에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고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으나 병원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결국 병원 도착 6시간 만에 뇌출혈이 심화돼 의식을 잃었고,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게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유가족들은 특히 병원측이 이 과정에서 심장이 뛰고 있던 고 목사의 산소 호흡기를 가족들의 동의 없이 떼내면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가족 측 관계자는 “가족들이 잉글우드병원의 한인 의사로부터 고 목사의 상태에 대해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으면 2~3주 정도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있던 중 갑자기 다른의사가 들어와 고 목사가 사망했다는 말을 했다”면서 이 말을 듣는 즉시 가족들이 곧바로 중환자실로 들어가 보니 이미 산소호흡기는 제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이에 대해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산소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냐”며 강력 항의했고, 병원 측은 무언가 의사소통이 잘못 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유가족 측의 설명이다.
가족들은 병원 측의 잘못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목사의 장례를 위해 장의사에서 시신인계를 요구하자 병원측은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거부했다는 것. 이에 가족들이 “왜 가족 동의없이 부검을 하려 하느냐”고 항의하며 시신을 요구하자 병원 측은 그제서야 응했다는 게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뉴저지 의료계에 따르면 뇌사 상태 일지라도 심장박동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산소 호흡기를 떼려면 가족들의 동의하에서만 가능하다. 부검 실시 역시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잉글우드병원 측은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환자 기록에 대해선 법적으로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고 목사의 사망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또 이날 “병원 측에서도 고 목사의 사망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장례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유가족들과 상의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고 목사의 유가족들은 이와관련 장례 절차를 마치는 대로 병원을 의료 과실 등의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고 목사의 장례는 미국개혁장로교회(RCA) 노회 주관으로 16일 오후 7시30분부터 뉴저지 한성장로교회에서 입관예배가 진행됐으며, 발인예배는 17일 오전 10시 RCA 한인교회협의회 주관으로 릿지필드의 중앙장의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금홍기 기자>
<금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