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26명이 아닌 수백명 더 죽었을 것
총기소유‘극단적 심사’도움 안돼”
지난 5일 텍사스주 교회 무차별 총격 사건으로 26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한층 강화된 총기규제의 필요성이 연방의회 등 정치권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텍사스 교회 총격을 비극이라고 애도하면서도 총기 소유자에 대한 ‘극단적 심사’(extreme vetting)는 총기 난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 내 총기 구매자에 대한 ‘극단적 심사’를 고려할지를 묻는 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당신이 제안한 것을 했다고 하더라도 3일 전(텍사스 총기난사 참사)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을 것이며, 마침 트럭에 총을 갖고 있어 범인을 쏴 제압한 매우 용감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가 이 말만은 할 수 있다”면서 “그가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26명이 죽는 게 아니라 수백 명이 더 죽었을 수도 있다. 이게 이번 사건에 대해 내가 느끼는 바이다. (극단적 심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법이 있는 도시가 시카고”라면서 “시카고는 재앙”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반 테러 대책’의 하나로 이슬람교 국가 출신 이민자를 상대로 사상 검증을 해 입국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극단적 심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샌안토니오의 한 교회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서덜랜드 스프링스 주민인 스티븐 월퍼드가 근처 제1 침례교회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이야기를 딸로부터 듣고 집안 무기장에서 소총을 꺼내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와 총격전을 벌였고, 켈리가 차를 타고 서둘러 달아나자 그는 교차로에 정차한 픽업트럭으로 달려가 트럭 운전사 조니 랑겐도르프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번 참사로 미국에서는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지만, 총기소유 옹호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총기규제론을 일축했다.
텍사스주 무차별 총격사건으로 미국서 총기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총기를 구입하는 시민들도 증가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폼파노비치 소재 총포상에서 한 여성 고객이 소총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