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 지지땐 면세혜택 박탈’
개신교 목사 73% “법률 폐지”주장
교회에서 원칙적으로 정치 논쟁은 금기로 여겨진다. 개인의 의견과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정치적 선호도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쉽게 격론을 낳고 심할 경우 교회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쌓아가는 신앙의 길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토론 문화가 성숙치 못한 한인교회는 더욱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본국의 정치 상황에다 미국의 정치적 판도까지 겹쳐 이중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예배를 마치고 교제 시간에 교인들이 보수와 진보로 갈려 언쟁이 벌어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 주류 교계에서는 목회자의 설교에 대한 완전한 정치적 독립성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설교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도 공권력이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54년 연방의회는 교회를 포함한 비영리단체가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못하도록 법안을 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연방국세청(IRS)이 교회 등에 부여한 면세 혜택을 취소하도록 법제화했다. 목사가 예배 시간에 설교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IRS의 면세 혜택을 박탈당할 수 있는 것이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인 텍사스에서 교회 등 비영리법인들이 재선을 반대하고 나서자 이에 분개해 이와 같은 법안 제정에 앞장 선 것으로 알려졌다.
뱁티스트뉴스(BP)는 이와 관련해 시대가 바뀌고 기독교인의 가치관과 판단의 잣대가 크게 변화됐다면서, 개신교 목회자 10명 가운데 7명이 IRS의 이와 같은 처벌 권한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또 목회자 10명 중의 9명은 어떤 경우에도 목회자의 설교는 정부의 감독이나 감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995년에 뉴욕 주의 한 교회가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를 반대하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한 이유로 면세 혜택을 박탈당했다. 또 2004년 대선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를 비난하는 설교를 했다는 혐의로 LA에 위치한 성공회 교회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도 IRS는 선거와 관련해 명백하고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도록 교회에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프웨이 리처치는 IRS의 감독과 처벌에 반발하는 의견이 목회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프웨이의 조사에 따르면 목사들 중에서 91%기 ‘목회자는 교회 단상에서 정부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설교할 권리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또 전체의 77%는 ‘매우 강력하게’ 설교의 독립권을 강조했고 반대 의견은 6%에 불과했다.
교인 숫자가 250명 이상인 교회를 섬기는 목사 중에서는 96%가 ‘설교의 독립권’에 찬성했으며 50명 미만 교회의 목사는 88%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목사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설교에 대한 정부의 간섭에 불만을 드러냈다. 44세 이하에서는 찬성율이 86%였지만 45세 이상에서는 93%가 설교의 독립권을 적극 지지했다. 보수적인 침례교, 오순절 등 복음주의 교단 목사들은 96%가 찬성했고, 진보적인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루터교 등 전통 교단 목사들은 85%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IRS의 면세 혜택 박탈권에 대해서도 개신교 목사의 73%가 ‘연방의회가 해당 법률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60%는 ‘매우 강력하게’ 요구했다. 21%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역별로 남부에서 77%의 지지도를 기록했지만 동북부에서는 가장 낮은 66%가 지지하는데 그쳤다. 교단 별로는 오순절 교단이 93%로 가장 높았고 침례교가 86%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전통교단은 이 설문 조항에서도 저조한 지지도를 보였다. 장로교와 루터교가 61%, 감리교는 가장 낮은 56%에 머물렀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설교의 독립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LA 모 한 교회의 간증집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