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0세 부채 최근 12년새 60% 급증
모기지 학자금 융자 빚에 파산 늘어나
캐서린 울프(68)는 아이오와에서 은퇴생활을 하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파산보호 챕터 13을 신청한 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한때 수백만 달러를 모았고 집을 팔고 사는 비즈니스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현재 그의 통장에는 15달러의 잔고만 남아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울프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부채는 늘고 저축은 못하는 베이비부머 안타까운 은퇴후 실상을 보도했다.
울프는 법정에서 제시한 부채 상환 계획에 따라 한달 1,000달러로 살아가야 했다. 그래서 그동안 살고 있던 해변도시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를 떠나야 만 했다. 하루 15시간이상 온라인을 뒤지다가 생활비가 가장 낮은 인구 700의 조그만 아이오와 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 8월 이주했다. 물론 요가 클래스도 없고 날씨 변화도 심한 곳이다.
미국 7,500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이전 세대보다 부채는 많고 저축은 낮다. 결국 편안한 은퇴생활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연방 무당파 비영리 정책 연구소 ‘종업원 베니핏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65~74세 연령대는 20년 전 동일한 연령대에 비해 부채가 무려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부채 상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좌편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은퇴 연령에 근접한 미국 가정의 저축 중간값은 과거 10년 전보다 32% 떨어져 고작 1만4,500달러에 그쳤다.
특히 대공항의 여파로 많은 가장이 직장을 잃거나 봉급이 삭감되고 또 주택 가격이 하락되는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크레딧카드 부채와 의료비는 은퇴 나이가 가까울수록 상승한다. 어떤 사람은 인생의 후반기에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허리가 휜다.
▲흥청망청 쓰던 시절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난 울프는 1960년대 10대 초반 몬터레이로 이주해 자랐다. 몬터레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자동차 바디 페인트를 전공했고 또 아랍어를 공부했다.
울프는 여러개의 청소 비즈니스를 운영하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업에 뛰어들어 허름한 집을 구입해 되파는 플립핑 비즈니스로 재미를 봤다. 부동산 시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 어누이티에 20만 달러가 있었고 집과 저축금을 합쳐 80만 달러의 순 자산을 확보했다. 부동산 거래로 올리는 월수입만도 연 8만5,000달러였다.
부동산 붐이 사라질 무렵에도 월프는 80대까지 충분히 먹고 살만한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밍크 코트도 구입했고 고급 디자이너 핸드백도 샀다. 또 고급가구에 BMW, 렉서스도 서슴없이 구입했고 페블비치 인근의 1만7,500달러 상당의 스패니시 베이 클럽 멤버십에도 가입했다.
재정 위기가 닥치자 울프는 지출을 급격히 줄여야 했다. 결국 자동차와 모기지 페이먼트에 허덕이는 신세로 전락했다.
홀푸드 마켓만 다니던 그는 코스코와 할인 식품 매장을 찾게 됐다. 저축과 수입도 크게 줄어들어 구세군에서 건조된 식품과 깡통 음식을 받아 왔다. 플립핑으로 벌던 그가 이제는 그 집을 찾아다니며 청소를 해주며 살아야 했다. 눈이 나빠졌지만 새 안경을 구입할 때 내야하는 메디케어 코페이도 감당할 수 없었다.
울프는 주택시장 붕괴로 지난 10년간 부채만 쌓여 가는 40만 거주 캘리포니아 살리나스 밸리의 많은 노인들 중 하나다.
에퀴팩스 데이터를 월스트릿저널이 분석한 결과, 이지역 55세 이상 주민 부채는 메트로폴리탄 지역 2개 도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까지 66~70세의 부채는 9만9,700달러로 10년전 90만6,000달러보다 많아졌고 71~75세는 5만8,800달러에서 7만3,400달러로 껑충 뛰어 올랐다. 또 과거 2만8,200달러였던 76세 이상 노인들 부채도 5만2,100달러로 뛰었다.
지역 파산변호사 제레미 펙은 자신을 찾는 고객중 5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면서 10년전만해도 10%에 불과 했다고 전했다.
노인 부채 증가는 이지역 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스다코타 비스마크의 경우 60세 이상 평균 모기지 부채는 2015년 2만800달러다. 2013년 1만7,700달러에 비해 늘었다.
▲페이먼트 플랜
과거에는 40대 부채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변했다. 연방준비제도 자료에 따르면 50~80세 부채가 2003년과 2015년 사이 60%나 늘었다. 반면 젊은 사람의 부채는 오히려 감소했다.
전미노인협회(AARP) 공공 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나이든 미국인들이 사상 처음으로 젊은 사람들보다 크레딧 카드 부채가 많아졌다. 특히 연방회계국은 65세 이상 미국인들이 갚아야 할 학자금 융자금이 일반인보다 더 빠른 속도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시니어 부채 증가에 대한 영향을 놓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는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노인세대는 전통적으로 일반인들보다 연체률이 훨씬 낮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나도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많은 시니어들이 일을 계속한다면 세금도 더 내고 또 쓸 돈도 많아지며 자신들의 은퇴 자금을 더 오래 유지 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들이 계속 일을 한다는 게 그다지 쉽지는 않다. 트랜스아메리카 은퇴 연구센터에 따르면 은퇴자 60%는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 보다 일찍 직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올해 71세에 접어든 첫 베이비부머 그룹 7명당 1명만이 풀타임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2016년 갤럽 조사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돈에 쪼들리는 노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노인 직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개인 수입이 줄어들었고 신발부터 주택 등 모든 구매력이 떨어져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홈커밍
2015년 울프는 부채 3만1,000달러가 완전 정리될 때까지 매달 650달러를 갚기로 하고 개인 파산 신청을 냈다. 그리고 주거, 세금, 유틸리티가 미국 평균치의 77%에 그치는, 인터넷 그림으로만 봤던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울프는 2016년 몬터레이 콘도를 40만 달러에 팔았다. 주택 가격이 곤두박질 쳤을 때보다 2배가 뛰었지만 2006년 구입 당시보다는 6만7,000달러가 적다.
모든 경비와 빚을 빼고 났더니 13만2,000달러가 손에 들어왔다. 새집을 구입하고 생활비로 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방 4개짜리 4베드룸 하우스를 구입한 울프는 캘리포니아에서 가구 이삿짐이 오는 동안 새로산 매트리스만 가지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2층 목욕탕에 물을 받아 목욕을 즐기고 나왔더니 아래층 부엌과 천장, 벽이 온통 물에 터지고 부풀러 올라 있었다. 탕에서 물이 샌 것이다. 플러밍과 천장, 벽을 고치느라 예기치 못했던 경비로 남을 돈을 모두 써야 했다.
한가지 다행은 지역 생활비가 너무 싸다는 것이다. 재산세도 몬터레이의 1/6 수준인데다가 돈 쓸 곳이 별로 없는 점도 매력이다. 새 옷도 살수있고 또 돋보기가 달린 안경도 새로 맞출 수 있는 여유 돈도 생겼다. 울프의 남은 희망이라면 같은 또래의 여성들이 일하는 대형 할인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울프는 그래도 괜찮을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정섭 기자>
미국 베이비 부머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훨씬 많은 반면 저축은 적어 노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Eleanor Davis/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