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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나라’독일 기업들은‘남성일색’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9-26 09:09:04

독일,여성,경영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남녀 임금격차 21%… 경제적 차별 심각 

‘일하는 엄마’부정적 시각 뿌리 깊어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에 당선됐던 2005년 당시 9살이었던 크리스틴 아우프 데어 마시는 남성이 독일을 이끌었던 시기를 기억할 수 없다. 올해 21세로 독일 북서부의 한 풍력 발전회사에서 도제로 일하는 마시는 남성 총리를 떠올리지 못하지만 여성 사장 역시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는 24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한 교실토론에서“너와 같은 수준의 여성들이 있고 그 다음에 앙겔라 메르켈이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서는 여성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이 12년째 이끌고 있는 독일은 여성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을 포함한 총신 기간 때마다 메르켈은 ‘페미니스트’라는 언급을 기피해 왔다. 여성지위 향상 문제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독일은 실제로 여성들의 지위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정치에서 조차 그렇다. 총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고 메르켈은 당선되면 각료 성비의 균형을 이루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독일 여성정치인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메르켈은 페미니스트들의 이상을 상징하고 있지만 독일의 현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젊은 세대는 여성이 권좌에 있는 것을 보면서 자라났다. 아이들은 소년들도 총리가 될 수 있느냐고 물을 정도다. 남성 후보들은 침착하고 신중한 스타일의 메르켈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메르켈은 거들먹거리며 주먹을 내지르는 전임자들의 스타일을 과거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인 알리스 슈바르저는 이렇게 표현한다. “2005년 이후 어린 소녀들은 다음과 같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미용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총리가 될 것인가?” 그러나 아우프 데어 마시를 비롯한 고실 안의 10여명 여성 도제들에게 그들을 훈련시키는 중간 사이즈 기업들 가운데 여성 경영자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자 단 한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부서 책임자들 가운데는 여성들이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없었다. 여성 도제들은 여성보다는 흔히 ‘토마스’로 불리는 남성 매니저들을 훨씬 쉽게 떠올렸다. 독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160개 기업들 가운데 실제 이름이 ‘토마스’인 남성 경영자기 이끄는 기업은 7개로 여성 경영 기업 3개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기업 내 여성들을 조사하는 올브라이트 재단을 밝혔다. 이들 기업 중역들 가운데 93%가 남성이었다. 여성이 단 한명도 없는 경우는 기업 4개중 3개꼴이었다. 여성중역 기용 목표를 밝히라는 의무조항에 의해 따라 기업들은 이를 밝혔는데 대부분 ‘0퍼센트’라고 써냈다.

유명 페미니스트 작가인 안네 비조렉은 “메르켈 때문에 독일 기업이사회의 이미지는 실제보다 더 진보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하는 여성들, 특히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뿌리 깊은 문화적 편견 때문에 일부 젊은 논평가들은 독일의 성별 문제가 미국의 인종 문제와 비슷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을 정도다. 제대로 조명되지 않으면서도 사회 전체에 만연한, 마치 ‘방 안의 국가적 코끼리’ 같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조렉은 “오바마가 미국의 구조적 인종주의를 종식시키지 못했듯 메르켈은 독일의 구조적 남녀차별을 끝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조렉은 어떤 면에서 메르켈의 오랜 총리 재임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너는 총리가 될 수 있어. 뭘 더 바란단 말이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정상에 올랐거나 그에 근접한 소수의 여성들은 끊임없이 판단의 고문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독일 KPMG의 매니징 파트너인 안젤리카 후버-스트라서는 세 아이의 엄마다. 후버-스트라서는 어린 새끼들은 둥지에서 밀어낸다는 검은 새에 빗대 “사람들은 우리들은 까마귀 엄마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집에 있고 아이들이 있으면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있으면 까마귀 엄마라고 한다. 일을 하는데 아이가 없으면 차가운 여성이라고 비난한다. 독일에서 여성들 앞에 놓인 길들은 한결같이 어렵다. 메르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중역 안카 비텐베르그는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취업 이력서를 냈을 때 이미 세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어느 독일 기업도 인터뷰를 하자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미국기업을 택했다. SAP에 채용되기 전 독일 GE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SAP는 여덟 명의 이사 가운데 두 명이 여성인(둘 다 독일인은 아니지만), 비교적 진보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비텐베르그는 “젊은 여성들에게 가정과 일 모두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롤모델이 부족하다”며 “독일은 아직 많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독일의 어려웠던 역사에 뿌리가 있다. 나치는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그리고 독일 분단이 뒤따랐다. 서독은 아이와 부엌, 그리고 교회라는 19세기 금언을 부활시켰다. 반면 동독의 공산당은 무료 탁아소들을 세웠다.

동독 엄마들은 크레인을 조종하고 물리학을 공부했다. 1977년까지 서독 부인들은 일을 하려면 남편의 공식적인 동의가 필요했다. 그 당시 독일 엄마들은 1녀의 출산휴가를 갈 수 있었고 육아에 필요할 경우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1989년 베를린 벽이 무너졌을 때 동독의 여성 취업률은 90%에 육박한 반면 서독은 55%였다. 현재 독일 여성의 70%가 일을 한다. 그러나 3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풀타임 근로자는 12%에 지나지 않는다. 매르켈이 자녀가 없고 동독 출신이란 게 우연은 아니다.

메르켈은 아동 탁아시설을 확충하고 출산휴가를 늘리는 등 취임 후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최근에는 중역이 아닌 이사들이 이임할 경우 여성 비율이 최소 30%가 될 때까지 여성들로 이를 충원하도록 의무화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집권 기민당의 한 관계자는 “메르켈은 남녀 차별 문제에서도 예의 자신의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 혁명이 아니라 점진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독일 여성은 남성에 비해 21% 적은 임금을 받는다. 유럽 평균은 16%이다. 독일경제의 중추가 되고 있는 중간규모 기업들 중역 가운데 여성 비율은 4%에도 미치지 못한다.

 

 

 

‘메르켈의 나라’독일 기업들은‘남성일색’
‘메르켈의 나라’독일 기업들은‘남성일색’

독일의 젊은 여성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뒷쪽 포스터) 집권을 보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페미니스트’에 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실제로 독일의 남녀간 경제적 차별은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심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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