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하나만 있으면 업무가능
필요할 때 시간·일 단위 렌트
사무실 공유서비스업 급성장
노스캐롤라이나, 랄리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리 로젠 변호사는 막내가 대학으로 떠나자 사무실을 없애고 집에서 업무를 보기로 했다. 사무실을 빌리는 대신 소속 변호사들이 각자 집에서 업무를 보면 매달 3만5,000달러의 렌트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로젠과 동료 변호사들은 부엌 식탁이나 인근 도서관에서 소송사건 적요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일하든 장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고객들이 사건을 처음 맡길 때는 변호사와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젠의 법률사무소는 총 12개의 컨퍼런스 룸을 월 단위로 빌려 회의실로 쓰기로 했다. 렌트비 부담은 이전의 1/3 수준이다.
사무실 공유는 더 이상 1인 회사 주인이나, 스타트업 혹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위워크(WeWork) 같은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사무실 공유가 한 추세가 되면서 급성장을 하고 있다. 개인이나 회사들이 전용 사무실을 빌리는 대신 공동 사무실의 한 공간을 시간단위로 혹은 하루 단위, 월 단위로 빌려 쓰는 것이 유행이다.
사무실 공유를 가능하게 만든 일등 공신은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 시대가 되면서 사무실 바꾸는 것은 랩탑을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기는 정도로 간단해졌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사무실 공유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alle)의 지역 리서치 책임자인 톰 캐롤에 의하면 오는 2030년이면 부동산 시장의 30%는 융통성 있는 유동적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간 공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자인 존스 랭 라살 같은 회사들은 앞으로 자사 부동산들에 대한 투자 방향을 재고하고 있다. 사무실 공간을 보면서 기존의 벽과 칸들을 모조리 없애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캐롤은 말한다. 같은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입주자들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사무실에 대한 전통적 접근은 오늘날의 환경에 맞지가 않습니다.”
사무공간 공유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장 낮은 가격대는 기본적 ‘화끈한 책상’이다. 세입자는 정해진 자리 없이 어디든 빈자리에 가서 일을 하는 조건이다. 가장 높은 가격대는 전용 개인 사무실이 될 것이다. 이런 다양한 계약이 가능한 것은 계약이 단기로 공간 사용에 있어서 유연성이 있고 사무실 관련 업무에 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동 사무공간에는 가상 사무실이란 것도 있다. 가상 사무실 입주자는 실제 공간은 전혀 쓰지 않고 비즈니스 주소만 빌린다. 대개 전용 주소가 제공 된다. 아울러 지역 전화번호, 행정업무 지원 그리고 회의실 사용이 가상 사무실 임대 계약에 포함된다.
젊은 기업인 투자매체 골드빈(GoldBean)을 운영하는 제인 바랫은 가상 사무실 세입자이다. 그의 명함을 보면 주소가 눈길을 끈다.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소를 찾아보면 하늘 높이 치솟은 세계무역센터 제1 빌딩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랫이 이 빌딩에서 빌려 쓰는 것은 달랑 책상 하나이다. 국제적 사무공간 공유 서비스 회사인 서브코프(Servcorp)와 ‘화끈한 책상’ 계약을 맺었다. 서브코프는 실제 사무 공간과 가상 사무 공간, 그리고 정보 테크놀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약 상 책상 하나 빌리지만 고객을 만날 때 바랫은 85층 콘퍼런스 룸을 사용할 수 있다. 고객들에게 대단히 멋진 인상이 남는 것은 물론이다.
서브코프 같은 회사는 멋진 건물과 테크놀로지를 합침으로써 틈새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바랫은 말한다. 실질적 공간에 가상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엄청난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다.
서브코프는 기본적으로 ‘직업 세입자’가 되는 셈이라고 이 회사의 총무담당 이사인 마커스 무파리지는 말한다. 상업용 건물 소유주와 그 건물에 입주하는 개별 세입자들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다. 서브코프는 사무용 공간을 통째 빌린 후 소규모 비즈니스들의 필요에 맞게 공간을 쪼갠다. 아울러 전통적 사무용 건물 소유주들이 제공하지 않는 세 가지를 공급한다. 입주자에 대한 서비스, 협업 테크놀로지 그리고 네트웍의 기회이다.
과거에는 서비스 업계에서 주로 제공되던 서비스들이 이제는 점차 사무실 공간에서 요구되고 있다고 존스 랭 라살의 캐롤은 말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든 장소와 관계없이 서로 연결이 되기는 하지만, 공유 사무실 세입자들은 여전히 행정업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노르웨이 항공 셔틀이 미국에 취항했을 때, 미주 담당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앤더스 린드스트롬은 일단 맨해턴의 위워크 사무실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그곳의 젊고 창의성 넘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자리를 잡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위워크 공간에 입주한 후 그는 2년을 그대로 머물고 있다.
“크고 작은 온갖 크기의 회의실을 쓸 수 있고, 주방 시설, 프린터 그리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다른 모든 것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세입자들에게 커뮤니티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맨해턴에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 할렘 콜렉티브(Harlem Collective)를 창업한 자비에 마티네즈는 운영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월 단위로 작은 사무공간을 계약하는 세입자들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대규모 공간 입주자 4명을 확보했다. 사무실의 단기 계약이 가능해서 장기 계약으로 발이 묶일 일이 없다. 그래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프리랜서나 일을 따라 항상 움직이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일이 끝나면 당장 다음 날로 짐 싸들고 멀리 외국에라도 가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공유가 한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 서브코프는 뉴욕의 가장 화려한 빌딩 중 하나인 맨해턴 세계무역센터를 공유 사무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계 무역센터를 작업 공간으로 이용하는 제인 바랫. 하지만 사실 그는 이곳에서 책상 하나를 빌려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