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차투표서 과반수 훌쩍
18일 결선투표 의석 80% 예상도
지난달 7일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선 승리 직후만 해도 그가 총선에서까지 과반의 승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인물 중심 구도의 대선에선 기성정당 후보들보다 참신했던 마크롱이 유리했고, 또 극우세력 집권을 막기 위해 마크롱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 준 유권자가 많았지만, 총선은 대선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11일 치러진 총선 1차투표에서 마크롱의 신당은 보란 듯이 과반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일주일 뒤인 오는 18일 결선투표가 끝나면 전체 의석의 거의 80%를 신당이 가져갈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야당들은 일제히 일당체제와 권력독점이 우려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번 총선 1차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연합의 정당득표율은 32.32%로 최종집계됐다. 12일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은 28.21%를, 여당과 정치연대로 묶인 민주운동당(MoDem)은 4.11%를 득표, 중도신당 연합이 정당득표율에서 유효표의 3분의 1 가량을 가져가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도우파 공화당이 15.77%, 민주독립연합(UDI)이 3.03% 등 우파연합이 21.56%로 2위에 랭크됐다. 3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으로 13.2%의 정당득표율을 보였으며, 극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11.02%, 중도좌파 사회당과 좌파연대가 9.51% 순으로 나타났다.
여당이 총선 결선투표까지 마친 뒤 최대 예상의석인 455석을 가져가면 전체 하원의석(577석)의 79%를 ‘싹쓸이’하게 된다.
마크롱과 신당의 예상외의 선전은 마크롱의 저돌적인 스타일과 국정철학이 국내외 정세와 맞물리며 호조건을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프랑스 국민과 세계인들로부터 받은 관심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취임 직후 곧바로 유럽연합(EU)의 핵심 파트너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날아가 그동안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논의에 미온적이었던 독일의 개혁 약속을 끌어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G7(주요 7개국) 정상외교 무대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문제에서도 그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제1과제로 내걸고 주요 노동대표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개별 면담을 하며 설득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사회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참패한 브누아 아몽은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이어지는 마크롱의 돌풍을 ‘마크로마니아’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마크롱의 이름에 ‘마니아’를 합성한 이 신조어는 마크롱에게 광적으로 열광하는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를 의미한다.
신당이 일주일 뒤인 오는 18일 결선투표에서도 400석 이상을 차지한다면 마크롱은 대선에 이어 또 다시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쓰게 된다. 신당의 압승은 프랑스 현대 정치 역사상 총선 최대 승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의 가장 큰 승리는 1968년 6월 당시 여당이었던 샤를 드골의 공화국민주연합(UDR)이 전체 의석의 72.6%를 차지한 총선이었다.
신당 앙마르슈의 압승은 또 2차대전 이후 프랑스 현대정치를 좌·우로 양분해온 사회당과 공화당은 몰락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화당 계열은 지난 의회 의석 215석에서 절반가량으로 줄어들고, 지난 정부 제1당이었던 사회당 계열은 315석에서 이번 총선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몰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좌·우 노선으로 구분됐던 프랑스 정치는 중도파 중심으로 혁명수준의 재편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프랑스 정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투표를 마친뒤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