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폴 크루그먼 칼럼] 미국의 무오류 돌림병〈America’s Epidemic of Infallibility〉

지역뉴스 | | 2017-04-03 18:03:04

칼럼,폴크루그만,미국,돌림병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의 대선캠프를 도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주장이 나온 지 2주만에 백악관 공보수석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에 해당하는 영국의 정보기관 GCHQ가 도청을 저질렀음을 시사했다. 당연히 영국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과를 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사이가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우군인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사과할 일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빼어난 법의식을 지닌 팍스뉴스 해설자의 말을 인용한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발언에 놀란 사람이 있을까? 현 행정부는 대통령의 말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트럼프 무오류’ 독트린 아래서 움직인다. 지난 대선에서 대의원 투표뿐 아니라 일반 투표에서조차 힐러리 클린턴에 앞섰다는 억지와 국내 살인사건 발생율이 역대 최저급으로 떨어졌다는 통계와 달리 사실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 중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현 정부는 절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과할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 세계 최강의 군 통수권자에게 대리주차를 부탁하거나 마음 놓고 고양이를 맡길 정도의 신뢰감조차 느끼기 힘들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게 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덕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의 정점에는 책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트럼프의 병적인 무능이 놓여 있다. 미국의 정당정치에서 양 진영 중 적어도 한 쪽은 막강한 권력자의 실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무오류 돌림병을 앓고 있다.  10여년 전 부시 행정부가 ‘의인 결핍증’에 시달린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여기서 말하는 의인이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뜻한다.)  부시 행정부의 그 어떤 인사도 엉망이 된 이라크 점령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서투른 사후대응 등 실패한 정책에 책임을 지려들지 않았다. 그 후 금융위기 여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공화당 계열의 숫한 경제 전문가들은 그들에게 실수를 시인하는 능력이 결여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 2010년 내로라하는 보수계 인사들이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예로 들어보자. 이 서한에 연명으로 서명한 인사들은 버냉키의 정책이 통화가치 저하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뒤 블룸버그 뉴스가 당시의 서명자들에게 전화로 확인한 결과 과거의 실책을 시인한 인사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명자 중 한명으로 1999년 ‘다우 3만6,000’이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한 케빈 하셋이 백악관경제자문의원회의 차기 회장으로 지명됐다. 베어 스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맬패스 역시 연방재무부 국제문제담당차관으로 지명됐다. 그는 금융위기 발발 전야에 “미국 경제는 튼튼하다”고 호언했던 인물이다. 하셋과 맬패스 모두 트럼 행정부에 썩 잘 어울린다. 분명히 말하건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 가운데 일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의도적 합리화를 하고픈 유혹과 분별력보다 감정을 우선시하고 싶은 유혹에 우린 종종 넘어간다.(선거일 밤 내가 그랬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선의지다. 이는 잘못을 시인하고 거기서 배우려는 자세다. 하지만 현재 미국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을 일이기도 하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일부는 분명 이데올로기와 상관이 있다. 마치 지금의 공화당처럼 정부에 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야기를 철썩 같이 믿고 따르다보면 현실직시는 정치적 배신행위가 되고 만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대통령을 필두로 부시 시설의 전임자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정책 실수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와 그의 이너서클이 책임을 시인하려들지 않는 이유는 이데올로기보다 허약한 자긍심과 더 깊은 관계를 지닌 듯이 보인다. 어떤 일에 대해서건 잘못을 시인하면 실패자의 낙인이 찍혀 초라하게 보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반성과 자기비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소심하고 위축된 영혼의 표시이지만 그들은 이런 사실을 깨달을 만큼 성숙하지 않다. 그러나 도대체 왜 그토록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에게 지지표를 던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치르기 훨씬 이전부터 그의 성격적 결함이 뚜렷하게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여기엔 언론의 재앙적 실수와 FBI의 불법행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에도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겉만 번드르르한 허사와 지도자가 정말 해야 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며 호전성을 진정한 강인함과 혼동한다. 왜 그럴까? 유명인 문화(celebrity culture) 때문일까? 근로계층의 실망감이 알기 쉬운 구호를 외치는 정치인에 대한 갈망으로 흘러들어간 탓일까? 솔직히 나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최소한 우리에게 좋은 학습경험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트럼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통일체 전체를 위한 학습체험 말이다. 그러면 아마도 우리는 책임감 있는 어른을 백악관에 다시 입주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비만치료제 위고비 가격 인하…암젠은 고무적 시험결과에 주가↑
비만치료제 위고비 가격 인하…암젠은 고무적 시험결과에 주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 경쟁사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만치료제

미국내 한인인구‘205만명’
미국내 한인인구‘205만명’

연방센서스국 발표미 전체 인구의 0.61%아시아계 5번째   미국내 한인인구가 약 205만명(혼혈 포함)으로 추산돼 아시아계 가운데 5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연방센서스국이 5

실랑이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실랑이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자들

각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지난 달 28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캠퍼스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대학시위 2천200여명 체포…경찰 발포 과잉대응 논란도
대학시위 2천200여명 체포…경찰 발포 과잉대응 논란도

컬럼비아대 점거건물 진압 과정서 발사…경찰은 "실수"친이·친팔 시위대 충돌까지…바이든 "폭력시위는 허용 안해"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갈수록 커지자 경찰이 강

UMC 동성애자 안수, 동성결혼 허용
UMC 동성애자 안수, 동성결혼 허용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규정 삭제결혼 정의 "두 신앙인의 계약"으로 연합감리교회(UMC)가 8년만에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서 총회를 열고 성소수자(LGBTQ)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위암, 한국인 4위 암… 40세 이상 2년마다 내시경 해야
위암, 한국인 4위 암… 40세 이상 2년마다 내시경 해야

헬리코박터균·국물·짜고 매운 음식 탓찌개 등 음식 공유·술잔돌리기 피해야빈속에 마시는 술은 위벽에 치명적<사진=Shutterstock> “밥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UGA 풋볼팀 감독 커비 스마트 최고 연봉
UGA 풋볼팀 감독 커비 스마트 최고 연봉

연봉 1300만 달러, 대학 최고 연봉 조지아대학교(UGA) 풋볼팀 불독스 감독인 커비 스마트(Kirby Smart)는 다시 대학 미식축구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코치가 됐다.

애틀랜타 백인과 흑인 소득격차 확대
애틀랜타 백인과 흑인 소득격차 확대

중간가계소득 백인 11만4195달러흑인 3만8854달러, 아시안 8만5천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인종별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애니 E. 케이지(Annie E. Ca

귀넷 다문화 축제 18일 개최
귀넷 다문화 축제 18일 개최

카운티 정부 오픈 하우스도 진행18일 귀넷 플레이스 몰 주차장서 제10회 연례 귀넷 다문화 축제(Gwinnett Multicultural Festival) 및 카운티 정부 오픈 하

조지아, 중국인 토지구입 제한법 발효
조지아, 중국인 토지구입 제한법 발효

농지, 군사시설 인근 상업 토지 구매 제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조지아의 농지와 군사시설 인근의 상업용 토지를 중국인들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상원법안 420에 4월 30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