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재개발·리모델링 공사 때
주술적 의미의 개 두개골부터
신문·화학·무기류 단골 출현
보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물
불에 그을린 붉은 코르셋, 개의 두개골 반쪽, 19세기 점토 파이프, 마스토돈(고대 코끼리 뼈). 이들 물건들 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힌트는 모두 집과 관련 있다는 것. 오래된 도심에서 재개발 공사를 진행할 때, 또는 지은 지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할 때 땅속이나 벽 안쪽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 물건들이다. 발견된 물건들은 묻힌지 수십년에서 무려 수백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부는 주술적인 목적으로 일부는 그냥 우연히 묻히게 된 나름대로의 사연을 갖고 있다. 주택 건축업자나 리모델링 업자들에 따르면 모든 건물은 벽속에, 천장에, 바닥에, 그리고 지반 밑에 고유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집에서 발견된 희귀 물건들의 실제 사례들을 모아봤다.
■나무 기둥 밑에 개의 두개골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셸 모건 해리슨이 코네티컷 뉴 가나안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 할 때였다. 그녀의 주택은 1816년에 지어진 고건축물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주택이었다. 그녀의 건축업자 패트릭 케네디가 공사를 진행하던 중 나무 기둥 중 한곳의 밑에 묻혀있던 두개골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케네디는 발견 당시 사람의 두개골인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본 결과 사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 무슨 동물일까 생각하던 중 아이리시 건축업자들이 집을 지을 때 집안에 흔히 묻었다던 말의 두개골일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본 결과 두개골은 사람도, 말도 아닌 바로 개의 두개골이었는데 특이 한 것은 반쪽만 묻혀 있었다는 것이다.
20년 경력의 건축업자 케네디는 그간 주택 공사를 하면서 각종 물건을 발견했지만 이처럼 특이한 방식으로 묻힌 두개골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개의 반쪽짜리 두개골은 정확히 입구 중앙에 묻혀 있고 다른 뼈는 없이 두개골 반쪽만 발견됐다. 그래서 케네디는 우연이 아닌 미신적인 목적으로 두개골이 묻혀 있을 것으로 믿고 공사가 끝나면 발견된 그 자리에 그대로 묻어두기로 했다.
■여러 문화에서 나타나는 풍습
뉴욕의 뉴 스쿨의 조셉 시스캇 건축 역사학자에 따르면 집안에 다양한 물품을 숨겨두는 것은 여러 문화에서 나타나는 고대 풍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서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파라오의 유물처럼 의식적인 의미가 있는 물품은 로마 시대 주택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의 벽 안쪽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프리메이슨 시대에도 자신의 집안에 비밀스런 물건을 숨겨두는 풍습이 유행했는데 당시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오는 사례도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수세기 전부터 켈트족 문화의 하나로 집을 지을 때 지반 아래나 난로 아래 부분에 말의 두개골을 묻어두는 풍습이 전해져 오고 있다. 집 거주자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풍습인데 말의 두개골 전체 또는 일부분만 묻기도 한다.
반대로 악운을 쫓기 위해 물건을 묻는 풍습도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여러 지방에서는 죽은 고양이를 집 아래에 묻으면 악운이 사라진다고 믿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혹시 돈 될까?’ 대부분 큰 값어치는 없어
두개골과 같은 섬뜩한 물건 외에 오래전 주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 발견되기도 한다. 뉴욕 태리타운의 롭 디록커도 집안 개조 공사를 하면서 과거 집에서 살던 사람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물건을 여러 개를 찾아냈다. 1843년에 지어진 디록커의 집은 당시 얼음 창고로도 사용되기도 해 일명 ‘아이스 하우스’란 이름을 지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주택이다.
가장 먼저 발견된 물건은 점토로 만든 담배 파이프와 담배쌈지로 창틀 부분에서 발견됐다. 천장에서는 오래된 피아노 롤과 어린아이용 알파벳 카드, 손으로 그려진 세라믹 타일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천장에서는 오래된 신문지 등이 다량 발견되기도 하는데 신문지가 단열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록커는 과거 주인의 유물이 한꺼번에 발견되자 ‘혹시’하는 기대감에 ‘진품명품쇼’인 ‘안티크 로드쇼’(Antique Roadshow) 출연을 잠시 꿈꿨지만 역사적 가치는 있으나 화폐적 가치는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꿈을 접었다. 디록커는 대신 “이 집이 지어졌을 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아직 변호사 시절”이었다는 농담을 방문자들과 즐기고 있다.
■신문, 화약·무기류 자주 발견
오래된 집에서 과거 유물을 찾아 낸 사람들은 종종 역사 박물관에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의 마가렛 K. 호퍼 부대표는 “그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며 “그럼 박물관 직원들은 직접 감정에 앞서 우선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박물관에 전화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바로 부자가 될 것처럼 들 뜬 사람이 많지만 큰 가치가 없을 때가 많다. 자주 발견되는 것 중에는 오래전 단열재로 사용된 고신문지, 오래된 탄알이나 무기류 등이 많다. 이중 지난해 8월 브룩클린 한 주택의 뒷마당에서 발견된 대포알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것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미래 주인을 위해 다시 묻는다
LA 지역에서 1920년대 건축 주택 전문 실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킴 고든은 미래 주택 소유주들을 위해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한다. 리모델링 공사중 발견된 유물을 작은 한곳에 모아 미래 소유주를 위해 다시 벽 안쪽에 간직한다.
1905년 지어진 주택을 리모델링 하다가 마리아 은목걸이를 발견한 적이 있다. 고든은 목걸이를 작은 천주머니에 잘 간직했다가 조개 가루 등과 함께 다시 벽속에 보관한 뒤 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지난 2015년에는 뉴욕의 10대 청소년들이 타임 캡슐을 제작해 안에 휴대 전화, 스타벅스 컵, 전자 담배 당시 10대 문화를 반영할만한 물건을 넣고 박물관측에 보관을 맡긴 일도 있다. <뉴욕타임스·준 최 객원기자>
2014년 북가주의 한 주택 뒷마당에서 발견된 금화들. 금화는 1800년대 주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1843년에 지어진 집의 창틀에서 당시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 파이프와 알파벳 카드 등이 최근 리모델링 공사중 발견됐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