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피트 웰스가 말하는 비평가의 세계
매번 다른 이름 사용해 예약
평점 매기기 전 3회꼴 방문
한번에 30개 요리 맛 보기도
미식가들이 많아지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유력 신문에 기고하는 식당 비평가의 파워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고충이 있으니, 가장 공정하게 요리를 평가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익명으로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 식당과 셰프들은 비평가에 대해 앙심을 품기 마련이어서 어떤 경우 협박이나 욕설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레스토랑 비평가들은 절대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가짜 이름으로 예약하고 그 이름으로 된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는 등 갖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Pete Wells)는 2011년부터 식당 비평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변장하며 매일 다른 식당을 전전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호기심을 달래줄 짤막한 동영상 인터뷰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다음은 그 내용을 발췌한 일부. 참고로 피트 웰스는 한국계 유명 소설가 수잔 최의 남편이기도 하다.
-익명으로 식당을 돌아다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요?
▲매주 혹은 매일 다른 이름을 사용합니다. 또 전화번호를 감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요. 이메일 주소는 30~40개나 된답니다. 너무 많은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어요.
-식당을 돌아다니며 산해진미를 맛보면서 어떻게 체중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까?
▲보아뱀 다이어트 비슷한 것을 하지요. 하루에 한 끼만 대 식사를 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을 조용히 보내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리뷰 할 식당은 몇 번이나 방문하고, 몇가지 요리를 먹어보는지요?
▲별을 매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번은 가보는데 그건 1960년대 이후 뉴욕타임스의 전통입니다. 한두 번 가보고 쓰는 일도 있지만 그건 짤막한 캐주얼 평가인 경우이지요. 한 식당에서 보통 30~40개 메뉴를 맛봅니다. 그중 몇 가지는 다시 시켜보기도 하는데 맛의 일관성을 보기 위한 거지요. 그러나 일반 식당이 아닌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주방장이 내놓는 전 코스를 맛봅니다.
-한꺼번에 30개 요리요? 아니면 한 번에 10가지씩 세 번 가는 건가요?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가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코스, 디저트까지 모두들 다른 메뉴를 시키도록 하죠. 요즘은 식당들이 주문한 요리 외에 서비스로 내오는 작은 스낵들까지 있어서 30개 맛보는 것은 일도 아니죠.
-당신을 도와줄 유령 비평가가 혹시 있습니까?
▲아니, 없습니다. 식당에 대한 정보는 친구들이나 독자들, 혹은 음식 관련 업체 종사자들로부터 듣지요. 또한 다른 매체에서 쓴 비평도 참고합니다. 그러나 내 일을 위해 정찰해주는 스카우트는 없어요. 사실은 시간만 허락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걸요.
-평가하려는 식당에 갔는데 그곳 요리사나 스태프가 당신을 알아봤을 때는 어떤가요?
▲보통은 식당에 들어갔을 때 얼굴을 숙이거나 말을 얼버무리고, 겨울 같으면 모자로 얼굴을 슬쩍 가리면서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주문할 때도 메뉴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척합니다. 하지만 주문을 하려면 아무래도 웨이터를 올려다보며 시선 접촉을 하게 되지요. 그럴 때 알아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깜짝 놀라면서 갑자기 모든게 달라집니다. 부드럽고 친절해지지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16년 식당 평가를 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테이스팅 메뉴가 많아진 것이 큰 흐름이었습니다. 고급 식당들을 중심으로 10코스 혹은 12코스, 심지어 20코스가 일인당 125달러나 215달러, 혹은 300달러에 제공되는 메뉴 말이지요. 너무 많아서 다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많은 테이스팅 메뉴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4시간이나 앉아서 그만한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테이스팅 메뉴의 유행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 비평가를 다룬 2007년 만화영화‘라타투이’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