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버린 꽃잎마져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1903년 전남 강진 태어남. 독립 운동가, 한국 문단을 꽃피운 강진, 시인)
내 고향 시인이라선지, 그의 시에는 강진 내고향 냄새가 난다.
석문산 기슭에는 다산 정약용, 다산 초당이 있고 지금도 강진에는 ‘모란 다방’이 있다. 나의 고교 시절 사복을 입고 ‘모란 다방’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옛 시인의 향기를 느껴보았던 옛 시절이 오늘은 그립기만하다.
내 조국에… 아직도 봄을 꽃피울 모란을 우린 기다리는가 ?
내가 태어난 고향, 첩첩산중 귀향 살이 선비들이 살았던 두메산골이다. 다산 초당에는 유자꽃이 피고지는 옛 선비의 향이 묻어 있고 ,김영랑 시인의 영혼이 많은 시인들이 태어났다. 사람은 태어나 고향의 흙에 살아있는 영혼의 흔적을 심어 놓았는가? 첩첩산중에 우리나라 이름난 옛 선비들이 당파 싸움에 쫒겨난 윤선도, 정약용,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곳이다.
오늘은 모란 시인의 ‘모란이 피기 까지는’시를 읽으며 내 조국의 아픈 오늘을 돌아 본다. 당파 싸움으로 얼국진 내 조국의 현실은 오늘도 한치의 다름이 없다.
반세기를 고국을 떠나 내 가슴 밑바닥에는 내 사랑, 내 조국은 왜 그리 가슴 시리도록 서러운지 모른다. 과연 잘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린 지금 우리 민족이 잘못 살고 있는 이유를 다시 찾아볼 때이다. 가난 설움 때문에 돈을 더 벌어야하고, 좋은 집, 좋은 교육을 위해 아이들 교육에 도시락을 서너 개 씩 싸들고 학교에 가야하는 초등교육부터 대학까지 얼마나 아프게 성공에, 좋은 학교에, 더 비싼 아파트에 생명을 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한 권의 시집을 읽어본 적이 없이 일류대학 입시에 생명을 건 아이들 그 마음에는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는 경쟁의식에 마음은 초토화되고 영혼이 없는 인간으로 성장한다. 너를 이겨야 내가 살아 남는다. 학교도 경쟁이요, 몇 평의 아파트에 사느냐가 친구도 결정된다. 이 경쟁 속에 어떻게 내가 살아남을 것인가? 꽃이 피고 지는 봄을 볼 감성도, 시성도 없다. 참된 인간이 되는 길을 포기하며 살아 간다.
서울 대학, 그 일류대학을 꿈꾸며 수없이 자아를 채찍질하며 마음은 잔인한 인간성을 키운다. 부모가 키운 그 자녀, 그 일류 대학이 키운 사람들이 오늘의 한국 대통령이요, 법관들이요, 육사 키운 별자리들이 이번 우리 조국의 계엄 쿠데타의 주인공들이다 .
멀리서 조국의 계엄 사태를 보면서 아… 내 조국 한국은 다시 태어나야만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나라가 될 수 있구나… 교육 제도부터 인간을 키운 인간 중심의 교육이 우선 돼야 한다. 어머니들의 가슴에서 참된 인간을 키우려는 살아있는 인간을… 키우겠다는 마음이 싹 터야 한다. 마음이 맑고 온유하며, 서로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는 참 인간을 키워야 한다는 변화가 싹터야 한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거리는 명품 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내 얼굴을 가진 사람이 없고 검사, 판사 출신 아니면 정계입문을 못하는 처참한 나라가 되었는가? 검사 출신들은 법정에서 죄인을 다루는 게 그들의 직업이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희망으로 한국인으로 살아갈 희망이 남아 있겠는가? 인간의 영혼 속에는 살아오면서 쌓아온 무서운 업이 있기 때문에 큰 회심이 없는 한 참으로 바르고 참된 선행을 하며 살기란 힘든 일이다.
무당들이 굿을 하는 대통령실? 그 처참한 현실을 국민은 옹호하며, 지지자들이 많음을 보면서 저것도 내 조국 우리나라인가? 나자신도 그 토양에서 어머니로 살았다.
정직하고 성실한 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 그 근본이 변해야 하는 한국 교육 , 그래야 나라가 산다. 스위스에는 초등학생들은 성적표도 없고 알프스 산정에서 들꽃이 피고, 지는 자연이 사람을 키운다.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마음은 국민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는 사람의 마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국가 대통령으로 한치의 부끄럼도 없고 어떻게하면 내 목숨 하나 살아남을까… 두리번거리는 그 처절한 눈빛은 참으로 가엽기까지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대문호 톨스토이는 한 생을 돌아보며 인류의 심장을 꿰뚫은 대작을 통해 스스로 속죄하는 살아있는 최고의 지성인요, 문인이요, 종교가였다.
스스로 죄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의 생애 최후가 가까워옴을 알고 눈 내리는 어느날 시베리아행 삼등 열차에 몸을 싣고 산속을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한 마디를 남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