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가 때로는 포커 게임에 비교된다. 특히 오퍼를 제출할 때‘자기의 패’를 셀러에게 보여주고 ‘행운’을 바라는 과정이 그렇다. 부동산 투자가 포커와 한가지 다른 점은 협상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패를 뒤집어 결과에 따라 거액을 잃고 따는 것과 달리 패의 결과를 확인한 뒤에도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는 협상의 연속이다. 불확실한 시장을 예측하는 일이 어렵지만 철저한 조사와 협상을 앞세우면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부동산을 거래 시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알아 둬야 할 점을 알아본다.
시장 동향 파악해 적절한 가격 제시
감정은 철저히 배제해서 협상 임해야
◇ 시장 동향 파악
‘지피지기, 백전불태’. 협상 상대방을 철저히 조사하면 거래에서 승리할 수 있다. 셀러, 바이어 상관없이 협상에 나서기 전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은 바로 시장 상황이다. 오퍼의 가장 중요한 ‘패’인 가격을 공략하기 위해서 시장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부동산 협상의 가장 큰 무기는 최근 매매 가격이다. 최근 인근에서 매매된 부동산 가격을 근거로 리스팅 가격을 정하거나 오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부동산 협상의 첫 단추다. 따라서 집을 내놓기 전, 또는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지역 부동산 시장 동향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 협상 여지 남기기
정확한 시세를 파악한 뒤에도 불필요한 협상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시세와 터무니없이 동떨어진 가격을 제시해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려는 실수다. 부동산 거래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협상 전략은 성공보다 실패로 이어질 때가 많다. 셀러에게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이른바 ‘헐값 오퍼’를 제시하면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 셀러가 대부분이다.
바이어가 시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셀러의 협상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반대로 시세를 알면서도 헐값 오퍼를 제시한 바이어가 셀러를 무시하는 의도로도 읽힐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셀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세보다 높은 리스팅 가격에 내놓으면 오퍼가 들어오지 않아 협상조차 하기 힘들다.
바이어의 오퍼에 너무 높은 가격으로 카운터 오퍼를 제시하는 경우도 바이어의 협상 의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다. 뛰어난 협상 전략은 협상이 끊이지 않도록 이어가는 전략이다. 상대방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항상 협상 여지를 남겨야 한다.
◇ 감정 배제
포커 게임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거나 모자를 푹 눌러쓴 참가자를 자주 본다. 상대편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거액의 판돈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표현되고, 상대편이 그 감정을 읽으면 판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쉽다. 부동산 거래도 마찬가지다. 거액의 매매가가 걸린 거래이고 부동산이란 특수성 때문에 감정이 거래를 주도하기 쉽지만, 이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기 쉽다.
마음에 드는 집에 너무 집착하다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비용을 치르는 바이어가 많다. 반대로 바이어의 오퍼를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였다가 유리한 거래를 놓치는 셀러도 적지 않다. 부동산 협상에서 승리하려면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부동산 거래는 비즈니스 거래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감정을 제쳐두고 재정에 가장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 홈인스펙션 진행
바이어의 경우 홈 인스펙션은 셀러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매물 상태를 점검하는 홈 인스펙션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결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집을 빨리 구매하고 싶은 마음, 또는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에서 앞서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홈 인스펙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바이어도 많다.
홈 인스펙션을 통해 발견된 결함은 셀러와 가격 등을 재협상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발견된 결함 정도에 따라 매매 가격 인하를 요청하거나 적절한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부동산 협상 과정이다.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홈 인스펙션을 진행해 협상 기회를 한 번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부동산 협상 전략이다.
◇ 출구 전략 마련
포커 게임에서 패를 덮고 이미 건 판돈을 포기하는 참가자를 자주 본다. 무리하게 게임을 이어 가다가 더 큰 돈을 잃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 전략인 셈이다. 부동산 협상에서도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바이어, 셀러 모두 상한가 또는 하한가를 미리 정해두고 상대방과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과감히 거래에서 물러나야 한다. 출구 전략 없이 무리하게 거래를 이어가면 원하는 부동산을 구입할 수는 있어도 후회가 따라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거래가 이미 완료된 후에는 이미 지불한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
◇ 계약서 검토
부동산 거래에 사용되는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계약 내용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서를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특히 컨틴전시 마감 시기 등을 놓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설명을 요청해서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 매매가 외 조건 챙기기
부동산 거래 가격이 중요한 협상 조건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가격 협상에 너무 집중하다가 다른 비용 조건을 간과하는 실수를 흔히 저지른다. 거래 가격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클로징 비용, 유리한 대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유리한 구매가 된다. 최근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각종 양보 조건을 제시하는 셀러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어 클로징 비용을 일부 부담하거나 이자율 바이다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이어 비용을 덜어주는 셀러가 많다. 이 같은 셀러의 양보 조건을 받아 낼 수 있다면 매매 가격에 너무 집착해 원하는 거래를 놓칠 필요가 없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