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높은 주택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부터다. 최근 가격 상승폭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올해 3분기 주택 중간 가격은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택 중간 가격은 42만 400달러로 2020년 3분기의 32만 7,900보다 무려 약 28%나 올랐다. 같은 기간 모기지 이자율도 크게 올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내내 주택 시장 개혁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 소속인 공화당이 장악한 차기 의회가 주택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살펴본다.
고관세로 자재비 오르면 신규 주택 가격↑
불법 이민자 추방하면 건설 인건비도 상승
◇ 관세 부과하면 건축 자재비 올라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신봉자’라는 것은 두 번에 걸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9월 미시건주 플린트에서 열렸던 유세에서 “관세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을 정도로 관세 정책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고관세 정책 시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다른 나라에 부과하는 관세는 사실상 수입세의 성격으로 미국 내 상품 가격을 올려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우려한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조세 재단’(The Tax Foundation)마저 관세를 10%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미국 가구에 연간 1,253달러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관세 비율이 20%로 오르면 비용 부담은 연간 2,045달러로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증가 현상에서 주택 시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관세가 부과되는 외국산 건축 자재비가 오르면 그 비용은 신규 주택 구매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데 이 같은 사례가 이미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연질 목재’(Softwood)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전국주택건축업협회’(NAHB)는 이로 인해 신규 단독 주택 가격이 약 9,000달러 올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마이크 프래태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뜩이나 주택 구입 여건이 안 좋은 지금 관세 부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면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 모기지 이자율 오를 수도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되면 이자율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같은 공약이 모기지 이자율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다. 설사 트럼프 당선인의 입김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결정하는 기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모기지 이자율은 기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Fed는 인플레이션 둔화세를 확인한 직후 빅컷을 포함, 기준 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했지만, 모기지 이자율은 이와 반대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모기지 시장에 반영된 것이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는 모기지 이자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Fed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 금리 인하 또는 인상을 결정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시행으로 시중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하면, Fed의 기준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 금리 오르면 모기지 이자율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올라,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현재로서는 기준 금리 동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11월 초 Fed 회의 후 “차기 행정부의 실제 정책을 파악하기 전까지 금리 동향은 명확하지 않고, 정책이 실시된 뒤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알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 규제 완화 실효성 불투명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각종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외쳤다. 규제 완화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함으로써 실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믿는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주택 개발과 관련,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면 신규 주택 가격을 약 9만 달러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대로 규제 완화로 주택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관세 부과로 인한 건축 자재비 상승이 가격 인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 건설 업계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주도할 각종 인센티브를 기대하며 이미 여러 주택 개발 계획이 진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주택 시장이 국내외 경제 상황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 불법 이민자 추방하면 노동력 부족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7일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다시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은 그의 공식 공약집인 ‘어젠다 47’(Agenda 47)의 두 번째 항목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매물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방식으로 주택 수요를 줄이고 이를 통해 주택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조치는 종종 불법 이민자가 낮은 인건비로 신규 주택 건설 시장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건설 인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오히려 주택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연방 센서스국의 2023년 미국 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건설 노동력의 3분의 1 이상이 외국 출생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