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생·거주 2·3세 한국 국적 자동상실’
규정 신설된 개정안 국회입법조사처 제출
한인 2·3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 국적법의 독소 조항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적법 개정안이 한국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이번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재외 한인들의 오랜 숙원이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국적법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13년째 노력해 오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국회에서 박지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발의로 국적법 일부 개정안 초안이 지난 7일 제출됐다.
전 변호사는 “박지원 의원이 현행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모순으로 인해 한인 2세와 3세들이 거주국의 공직이나 정계 진출 등에서 여러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일 국적법 개정안 발의를 위한 초안을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하고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 초안 ‘제14조2항’을 통해 해외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로 출생 후 17년 이상 계속해서 외국에 주된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국적선택기간이 지난 때에 출생일로 소급해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상실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자는 이 규정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전종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출생일로 소급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기에 2세, 3세대 자녀의 ‘복수국적의 대물림 병폐’까지도 막을 수 있으며, 한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이 영주할 목적으로 한국에 주소를 두는 경우에는 국적 재취득의 길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 추진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대표발의자로 진행되었으나 발의 요건인 10명의 공동발의 의원을 확보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었다. 그러나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4선 원로의원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위원장이기도 한 박지원(82)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섬으로써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 발의안이 확정되려면 먼저 국회 해당 상임위인 외무통일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한다.
현행 국적법상 미국 등 속지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면 외국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에 따라 남성 복수국적자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가 해소되는 만 38세 이후에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 이른바 ‘홍준표법’에 따른 이 규정은 이중국적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하는 일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는 한인 2·3세들의 현지 공직진출에 장애를 받는다는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선천적으로 복수국적을 보유한 2·3세들이 외국에서 사관학교 입교나 군내 주요 보직 임용, 방위산업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0년 공개 변론 끝에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이를 반영해 2022년 국적이탈 신고 기간이 지난 후에도 예외적으로 심의를 거쳐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내용의 개정법을 통과시켰으나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이와 관련 전종준 변호사는 “법은 시대의 파도를 타듯,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우선주의로 복수국적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속히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개정해 한국의 글로벌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