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시기 등 구체성 결여
“택시인데 웬 2인승 쿠페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고 중국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테슬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그동안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자율주행자(로보택시)를 10일 공개했으나 월가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테슬라는 공개 직후 출시 시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등 구체성이 심각하게 결여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보택시 공개 행사에서 로보택시와 로보밴을 소개한 뒤 로보택시의 경우, 가격이 3만달러 미만이며, 내년부터 구체적인 양산 준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산 시기와 관련, “아마 2026년, 일단 2027년 이전이라고 말해 두겠다”고만 밝혔다.
로보밴의 경우, 가격은 물론 양산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규제당국의 허가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 테슬라의 기존 전기차와 호환성 등에 대한 세부 정보가 크게 부족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11일 테슬라 주가가 8.75%나 급락한 217.80달러에 마감했다.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 이외에도 로이터는 테슬라가 2인승 쿠페를 선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이터는 보통 택시는 2명이 이상이 탈 수 있는 좌석과 충분한 적재 공간이 확보돼야 함에도 테슬라가 2인승 쿠페를 선보여 택시와는 거리가 멀다며 구조 자체부터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2인승, 2도어 쿠페는 그 수요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SUV와 픽업트럭을 제외한 미국 내 자동차 판매에서 2도어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경쟁업체인 구글이 개발한 로보택시 ‘웨이모’는 4명의 승객이 탈 수 있으며, 넉넉한 적재 공간도 있다.
웨이모의 전 CEO인 존 크래프칙은 “테슬라의 디자인이 진지하기보다는 장난스러워 보인다“고 말하는 등 시장에서는 호평 보다는 악평 일색이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명성에 심각한 균열이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는 불굴의 의지로 테슬라를 미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회사로 키워 전기차는 물론 미래 산업의 ‘아이콘’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를 로보택시로 돌파하려 했던 그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