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로 화물 도착지 변경
핼로윈 앞두고 ‘동분서주’
LA항만 등 서부항만 북새통
운송비용 증가·지연 등 피해
미 동부 지역 항만노동자들이 47년 만에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대형 소매 업체들이 LA와 롱비치 등 서부항만으로 화물 도착지를 변경하고 있다. 핼로윈과 연말연시 샤핑시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품을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시킴에 따라 시간과 해상운송 비용을 포함한 전체 물류비용 증가는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가돼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소매업계 및 항만업계 등에 따르면 수십개가 넘는 대형 소매 브랜드가 동부해안에서 서부해안으로 화물 도착지를 바꾸는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부터 동부 항만노조에서 임금 협상과 항만 자동화에 대한 이견으로 파업이 예견됐던 만큼 소매업체들은 이전부터 LA와 롱비치 등 서부항만으로 선적 물량을 늘리고 있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항구는 지난 8월에만 19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는데, 이는 100년 만에 가장 많은 8월 처리 물량이다.
동부의 한 대형 스포츠 장비 수입업체는 그동안 제품의 60%를 중국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과 사바나 등 동부 해안으로 운송했지만, 파업 위기가 고조화된 지난 5월부터 전체 물량의 70%를 LA와 롱비치 항구에서 받고 있다.
LA와 롱비치 등 서부항만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9월 기준 하역 물량 증가로 인한 병목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철도로 하역된 상품을 옮기는 데 걸리는 대기시간이 소폭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9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LA 항구의 경우 전체 처리가능 물량의 80%가 운영되고 있으며, 롱비치의 경우 처리가능 물량의 70%로 아직까지는 더 많은 화물을 수용할 여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동부 항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물량 포화로 항만이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LA타임스는 동부 항만 노동자의 파업은 LA와 롱비치 등 샌피드로 지역 일대 제반 산업의 일자리 증가를 가져올 수 있지만 전국 소비자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유통업체에서 늘어난 물류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로디시에서 콩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업을 운영하는 마크 커스틴은 “항구가 폐쇄되더라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관련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지난 1일 오전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며, 이에 따라 동부 해안은 물론 텍사스주 등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중단됐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에 만료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발생했다. 이번 파업으로 뉴욕 인근의 항구에서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만 10만 개에 달한다. 식품부터 자동차까지 공급망 흐름이 중단될 경우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후폭풍이 예견된다. 앞서 JP모건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 경제에 하루 최대 50억달러의 손실을 예상한 바 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