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탈모의 계절’이다. 머리카락은 봄철에 늘어나고 가을철에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당사자에게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주는 탈모, 그 원인과 치료법부터 다양한 오해에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에게 들었다.
머리카락은 성장기(3~5년), 퇴행기(1개월), 휴지기(3개월)를 반복한다. 탈모 환자는 성장기가 점점 짧아져 모발이 길고 두껍게 자라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생장 주기로 인해 사람도 계절에 따라 털갈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동물의 경우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겨울철에 가장 털이 많아지지만, 머리카락은 강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기능을 담당하므로 봄철에 많아지고, 가을철부터 줄어든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부위에 머리카락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특정 부위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걸 탈모증이라고 한다. 크게 모낭이 유지되는 탈모(유전성·휴지기·원형 탈모증)와 유지되지 않는 탈모(흉터 형성 탈모증)로 구분한다.
그 중 전체 탈모증의 85~90%는 유전성(안드로겐성) 탈모증이며, 남성형 및 여성형 탈모증으로 구분된다. 주원인은 유전자, 노화, 남성호르몬(DHT 호르몬) 세 가지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전성 탈모증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무리한 다이어트, 흡연 등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며, 지방층에서 분비되는 염증 유발 물질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비만도 탈모와 연관이 있다.
휴지기 탈모증은 스트레스·영양 결핍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머리카락 생장 주기가 변화하는 증상이다. 특히 출산 후 많이 발생하는데, 임신 중 증가했던 여성호르몬이 분만 후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100일 때 머리가 가장 많이 빠지고, 돌 때(12개월) 거의 회복된다. 일부 회복이 안 되는 사람은 여성형 탈모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원형 탈모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고, 흉터 형성 탈모증는 외상, 화상, 감염 등으로 인해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돼 발생한다.
탈모 초기에는 뒷머리보다 정수리와 앞머리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 또한 모낭이 작아지고 피지샘이 커지면서 유분기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머리가 평소보다 기름지고 빗질이 부드러워진다고 느껴진다면 탈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초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고 상당한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하루에 100개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앞머리 헤어라인이 점점 위로 올라가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한편, 병원에서는 두피 상태와 머리카락 밀도, 굵기, 탈모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탈모를 진단한다. 50-60가닥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겼을 때 5개(10%) 이상 빠지는지 살펴보거나, 모발 확대경·모발 화상 분석을 사용해 머리카락 밀도 및 굵기, 성장 속도를 확인한다. 두피 조직 검사로 모낭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유전성 탈모는 완치하기 어렵지만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DHT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5-α환원효소를 차단하는 ‘먹는 약(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을 사용한다. 진행된 후에는 모낭을 자극해 성장기 진입을 촉진하는 ‘바르는 약(미녹시딜 등)’을 사용한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
성장기 머리카락은 한 달에 1㎝ 자라나므로, 6개월간 약물 치료를 지속해야 유의미한 발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탈모는 평생 치료가 필요한 만큼 효과가 있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적절한 약물과 용량은 전문의와 상담해 정하는 게 좋다.
한편, 많이 진행된 탈모는 뒷머리를 채취해 앞머리로 이식하는 자가 모발 이식이 효과적이다. 뒤쪽 두피는 이마나 정수리 두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적어서 탈모가 심해져도 머리카락이 잘 유지된다. 이식 후 약물 치료를 병행해 남은 머리카락을 보호하는 게 최선의 미용적 결과를 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이 밖에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자연히 회복되므로 원인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형 탈모증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흉터 형성 탈모는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돼 머리카락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주로 모발 이식을 실시한다.
권오상 교수는 “탈모는 노화 현상의 일환이며, 노화를 멈출 수 없듯 탈모도 완벽히 치료하기 어렵다”며 “다만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므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많이 빠진다고 느끼면 병원을 찾아 상담하는 게 좋다”고 했다. 권 교수는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생활 습관,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을 꾸준히 실천하면 탈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탈모와 관련된 속설과 진실
-아기 때 머리를 밀면 숱이 많아진다(X)
머리를 밀고 새로 자란 머리카락 단면만 보면 더 굵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머리를 밀거나 자른다고 머리카락 수나 굵기는 변하지 않a는다.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가 촉진된다(X)
머리를 감을수록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지만, 하루에 100개 미만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 두피에 자극을 주는 강한 샴푸나 뜨거운 물은 주의해야 한다.
-모자를 자주 쓰면 탈모가 된다(X)
자주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꽉 끼는 모자나 가발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두피에 염증이 생기거나 모낭염이 발생하는 등 두피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
-한 세대 건너 유전된다(X)
격세 유전은 사실이 아니다. 형제끼리라도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등의 차이로 인해 탈모의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흰머리를 뽑으면 더 많은 흰머리가 난다(X)
흰머리를 뽑은 자리에 더 많은 흰머리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모근에 자극을 주는 행동은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흰머리를 뽑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