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물들 잇단 경고에도
S&P 500·나스닥 2%대 급등
고용시장 둔화 우려 점차 개선
일각선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도
뉴욕증시가 급반등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으로 나타나자 위험 선호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683.04포인트(1.76%) 뛴 39,446.49에 거래를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9.81포인트(2.30%) 급등한 5,319.31,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64.22포인트(2.87%) 치솟은 16,660.02에 장을 마쳤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3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계절 조정 기준 23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주보다 1만7천명 감소한 수치다.
실업보험 지표는 매주 발표되는 만큼 통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또한 이날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평소와 비교해 대폭 개선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7월 고용지표로 촉발된 공포 압력이 시장을 채웠던 만큼 약간의 개선만으로도 매수심리에 불이 붙었다.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불안했던 만큼 약간의 호재에도 저가 매수심리가 강하게 확산했다. S&P 500은 이날 강세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날 6.86%나 폭등하며 공포심을 털어냈다. 지난달 31일 7.01% 급등한 이후 또다시 5% 이상의 강세를 보였다. 이날 주가를 밀어 올린 또 다른 요인은 달러-엔 환율의 상승이다. 엔화 약세는 이번 글로벌 증시 폭락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더뎌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SoFi의 리즈 영 토마스 투자 전략 책임자는 “오늘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반등”이라며 “다만 반등 자체를 위한 반등이 아니라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좋은 소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의 주요 인사들이 경제가 경착륙 직전의 위험 단계에 있다는 진단을 잇따라 내놓았다. 침체를 진단하는 이론 ‘삼의 법칙’을 개발한 클로디아 삼 삼컨설팅 대표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경기 침체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7일 삼 대표는 미국 경제 방송인 CNBC 인터뷰에서 “현시점은 침체가 아니다”라면서도 “추세는 침체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위험에 대해 “매우 강하게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삼 대표가 2019년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던 시절 고안한 ‘삼의 법칙’은 최근 침체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 ‘삼의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의 저점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이미 침체가 진행 중이라는 경기 진단이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로 오르면서 ‘삼의 법칙’ 지수는 0.53%포인트로 침체 기준을 넘어섰다. ‘삼의 법칙’은 195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열한 번의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한 열 번의 사례에서 모두 들어맞았다.
다이먼 회장 역시 미국 경제가 연착륙보다 경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날 “연착륙 확률이 35~40%라고 봤던 기존 시각이 최근 변했느냐”는 질문에 “거의 달라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이먼 회장은 “경착륙을 바라지 않지만 불확실성이 많다”며 “지정학과 주택 시장 불안, 재정적자, 양적긴축, 선거 등의 요인들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가능성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