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시정부가 추천
“역사 기여·원형 잘 보존”
대한제국 시기 자주 외교 거점이자 한미 우호 관계의 요람이었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에서 그 역사적 가치를 공식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공원관리청(NPS)은 7일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국립사적지(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국립사적지는 한국의 국가유산(옛 국가문화재)과 유사한 제도로 미국 정부는 보존할 역사적 가치가 우수한 건물, 구조물, 장소 등을 국립사적지로 법으로 지정한다. 국립사적지 지정은 국립공원관리청에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워싱턴 DC 시정부가 추천했다.
워싱턴 DC 역사보존사무국은 지난달 25일 공청회를 개최한 결과 공사관을 국립사적지로 추천할 것을 시정부에 권고했다. 워싱턴 DC는 공사관이 미국 역사에 중대한 기여를 한 사건들과 관련된 건물이라는 이유로 지정을 추천했다. 워싱턴 DC는 지정 추천서에서 공사관이 한국이 미국에 설치한 첫 상시 외교 공관으로 한국의 근대국가 설립 노력과 관련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건물 원형이 잘 보존됐다면서 국가유산청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된 대규모 복원 공사를 통해 공사관 운영 당시의 역사적 모습과 분위기를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지정 여부를 현재 심사하고 있으며 오는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국립사적지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가 그 역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경우에 따라 보존에 필요한 지원을 연방 및 주정부에서 받을 수 있다. 국립사적지로 지정된다고 해서 자산 처분에 제약받지는 않는다.
국립공원관리청이 공개한 국립사적지 명단을 보면 한국과 관련해 지정된 곳은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가 유일하다. 다만 이곳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역사를 기리는 의미가 크며,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한국의 역사가 주체인 장소가 지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고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백악관에서 약 1마일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공사관은 1877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19세기 워싱턴DC에 있었던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다. 공사관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1889년 2월부터 일제의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1905년까지 운영됐다. 1910년 9월 일본이 단돈 5달러에 강제 매입한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350만 달러에 매입한 뒤 보수·복원 공사를 거쳐 2018년 개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