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블랙 먼데이’ 분석
경기둔화·중동·차익 겹쳐
“시장 과도한 반응”지적
‘조정 촉매제’작용 분석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미국 경제가 노동 시장과 소비를 중심으로 급격히 식는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뉴욕증시가 5일 하루에만 1,000포인트가 넘는 1,033.99포인트(2.60%), 나스닥 지수는 무려 576.08포인트(3.43%) 추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월가와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 폭락에 대해 중동 전면전 위기 확산과 함께 차익 실현 매수, 앞서 마감한 아시아와 유럽 증시 폭락까지 이어지는 ‘퍼펙트 스톰’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다우, 3거래일 연속 폭락
뉴욕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미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1일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전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지난해 8월 첫째 주간(25만8,000건)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아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소식에 1일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94.82포인트(-1.21%) 내린 40,347.9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05.25포인트(-2.30%) 내린 17,194.15에 각각 마감했다.
경제발 뉴욕증시의 불안감은 2일에도 이어졌다. 연방 노동부는 이날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증가에 그치고 실업률은 4.3%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돈 고용 증가세와 예상 밖 실업률 상승으로 경기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증시 랠리를 이끌어온 아마존, 인텔, 엔비디아와 금융주 등 주요 대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2일도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610.71포인트(1.51%) 떨어진 39,737.26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17.98포인트(2.43%) 급락한 16,776.16에 장을 마쳤다. <도표 참조>
■무차별 ‘투매 폭풍’
뉴욕증시는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3일 동안 다우 지수는 2,139.52포인트 폭락했다. 3일 동안 나스닥 지수는 1,399.31포인트나 빠졌다. 5일 다우 지수 폭락은 뉴욕증시 역사상 하락 포인트 기준으로 14번째로 많다. 다우 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은 2022년 9월 13일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사실 5일에는 주요 경제 지표 발표도 없었고 특별한 악재도 없었다. 오히려 비제조업 분야 경제활동 규모를 측정한 신규 지표가 경기 확장세를 가리키며 불길 확산은 막았으나 무차별적 투매 폭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직전월(48.8) 보다 2.6포인트 오른 51.4를 기록하며 업황 확장세를 나타냈다.
■본격적 경제불황 가능성 낮아
일각에서는 일본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된 것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글로벌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부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아직 낮다며 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오히려 뉴욕증시가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에 차익을 노린 대규모 주식 매각이 몰린 것이 폭락 원인의 더 현실적인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4일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15%에서 25% 사이로 분석하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연준, 9월 ‘빅스텝’ 단행하나
이제 월가와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에 쏠리고 있다. 연준이 오는 9월에는 0.50%포인트 이상의 금리인하(빅스텝)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오는 9월 17일~18일, 11월 6일~7일, 12월 17일~18일 등 올해 3차례의 FOMC를 남겨두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고금리와 높은 이자율로 신음하는 주택 시장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남은 3차례의 FOMC에서 최소 1.25%포인트 또는 1.50%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를 망치는 누를 범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높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