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중앙은행 더해 ‘큰손’ 투자자도 한몫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금의 가격이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에는 각국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부유층 투자자들의 금 매수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금협회(WGC)는 올해 2분기 금 수요 동향 보고서를 통해 장외(OTC) 투자 규모가 329t으로 전체 금 수요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면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에 더해 이러한 거래가 금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2분기에 장외 투자를 제외한 금 수요는 장신구 수요부진 등의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6% 하락한 929t에 그쳤지만, 장외 투자를 포함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1,258t으로 2000년 집계 시작 후 2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2분기에 중앙은행들의 금 순 매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 많은 184t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외 거래에 대해 상업은행들이 비공개로 매수를 주선하는 만큼 파악이 어렵고 불투명하다면서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 자문사(패밀리오피스)와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GC의 존 리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일부 사례를 근거로 패밀리오피스들이 미국의 과도한 부채 수준을 우려해 금 매입에 나섰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금값 고공행진을 설명할 수 없어서 (집계 과정에서) 빠진 매수자를 찾고 있었다”면서 “(이들이) 미국 부채에 대한 우려로 금 매입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유층의 금 매수세가 강했고, 튀르키예 부자들도 리라화 가치 폭락에 대응해 금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속에 수차례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 바 있다. 지난 5월 20일 온스당 2,450.07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들어서도 지난 17일 2,483.73달러를 찍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가장 유망한 안전자산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금을 꼽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22∼26일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53%)을 택한 응답자가 ‘달러’(26%)의 2배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를 예상한 응답자는 67%였다.
JP모건체이스의 그레고리 시어러는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거론하면서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들 요인이 오래가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더 커질 수 있다”고 최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