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3건→64건’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전문해커들 해운업 노려
비용 상승·물가 우려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해운업에 대한 사이버 테러 공격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NHL 스텐덴 응용과학대학 연구진이 기업, 언론 및 학계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선주와 항만, 기타 해운 관련 업계는 2023년에 최소 64건의 사이버 사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10년 전에는 이런 사이버 공격이 3건에 불과했고, 2003년에는 한건도 없었다.
지정학적 분쟁으로 인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늘어나면서 보안 문제에 취약한 국제 물류 체계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이후 이루어진 사이버 공격에서 공격자가 밝혀진 사건의 80% 이상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또는 이란이 배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상선의 약 80%를 관할하는 국제해운회의소의 가이 플래튼 사무총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안정적이던 국제 해운업 질서가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이버 공격은 국제 무역 상품의 80% 이상을 운송하는 해운업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분쟁 등에서 확인됐다.
사이버 공격으로 해운 운송이 타격을 받으면 이는 인도 지연과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겨우 안정돼가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 전문가들은 해운업계가 지난 수 세기 동안 물리적 보안 위협만 받아왔기 때문에 온라인 공격에 대한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NHL 스텐덴 대학의 스티븐 맥콤비 해양 IT 보안 분야 교수는 “해운업계의 IT 관련 지출은 매우 적다”면서 “선주들은 해운업 지식과 사이버 보안 지식을 함께 갖춘 사람을 찾고 있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제 무역 체계가 글로벌 분쟁의 영향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로펌 HFW의 톰 월터스 해운 전문 변호사는 선박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저궤도 위성 가동 이후 최근 해상에서 인터넷 장비들이 널리 사용되면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 시스템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 볼티모어 다리 충돌 사고처럼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20년에는 이란 무역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라재 항구가 공격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유럽 최대 항구인 로테르담 항의 웹사이트가 다운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