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전문가 칼럼] 치매환자 돌보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14 13:50:04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치매환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이름 난 여자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던 가까운 A선배가 치매 판정을 받았다.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조금씩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키더니 마침내 더 이상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병원 일을 접고 집에서 지낸다.

A선배는 “엇? 요즘 내가 왜 자꾸 깜빡 깜빡 하지?”라 느끼는 단계를 오랫동안 겪어왔다. 건망증인가? 자연스런 노화인가? 나도 별 수 없이 늙어가네? 하고 넘어가기에는 지나친, 그 정도 변명으로 설명하기엔 좀 더 어려운 상태인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사람의 80퍼센트는 5~6년 내에 치매로 발전된다. 치매 전단계인 인지장애 초기에는 주로 자기 자신만 느끼다가 시간에 따라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가까운 배우자가, 다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채기 시작한다.

증상도 여러가지다. 분명 아는 사람인 건 맞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거나, 셀폰을 찾으러 온 집안을 헤매기도 하고, ‘내가 아침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가물거리네?’와 같은 기억에 문제가 있는 기억성이 한 가지. 또는 늘 가던 길을 못 찾아서 미로 속에 든 것처럼 몇 바퀴를 돌거나, 어떤 단어가 뱅글뱅글 입안에 돌기는 하는데 기억이 잘 안 나거나, 오늘이 대체 몇일인지 생각 안나는 등 방향 감각, 시간 공간 기능 같은 것들이 고장을 일으키는 비기억성이 또 한가지다.

이거 내 얘긴가? 하신다면 다음 증세들을 살펴보자.

오늘 날짜나 요일을 잘 모른다/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자주 기억이 안 난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자녀들이 나의 상담실에 부모를 모시고 오는 가장 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약속을 깜빡 잊어버린다/ 사람 이름이 잘 기억 안 난다/ 방금 전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종종 길을 잃는다/ 마켓에서 계산이 잘 안된다/ 주변에서 성격 변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늘 쓰던 가전제품 사용이 어렵게 느껴진다/ 옷을 입는데 문제가 있고 갈아입기도 싫어진다.

A선배의 기억 상실 과정은 마치 교과서에 나오는 사례처럼 차근차근 깊어져 갔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모습에 눈물 흘리던 성인 자녀들의 발길도 해가 갈수록 점점 멀어졌다. 사랑하던 아들, 딸이 찾아와도 누구인지 몰라보는 가슴 아픈 장면들이 일어났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은 어렵다. 돌보기는 커녕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쉽지 않다. 자신이 알던 사람이 더 이상 아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공격적이 된다. 얼굴에 표정이 없다. 치매 증세인 환각이나 망상 때문에 마치 사실인 듯, 없는 이야기를 해서 가족간 불화를 일으킨다. 기억은 잔인하다.

A선배의 남편은 폭력적으로 변한 와이프를 지극 정성 돌본다. 치매 치료제는 아직도 세상에 없지만 치매 단계를 가능한 천천히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처방약들을 챙겨 먹이고, 몸에 좋다는 식단을 만들어 보살핀다. 밥을 씹거나 삼키는 기억이 사라져 무엇 한가지 입에 넣도록 하는 일이 힘겨운데도 남편의 손길은 한결 같다. 친척들이, 자녀들이 ‘이제 그만 요양병원으로 모시자’고 하는 말에 남편은 고개를 젓는다. “아직도 나를 알아보잖아. 알아보는데 어떻게….” 남편은 야윈 손가락으로 A선배의 꺼진 뺨을 쓰다듬는다.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아시아계 ‘유튜브’ 가장 많이 본다
아시아계 ‘유튜브’ 가장 많이 본다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설문조사 “93% 이용 경험”페이스북·인스타그램 순 미국 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은 소셜미디어 중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한인마트 정보] 한인마트는 이미 추수감사절∙∙∙다양한 특선 할인전 ‘풍성’
[한인마트 정보] 한인마트는 이미 추수감사절∙∙∙다양한 특선 할인전 ‘풍성’

남대문 마켓정육코너에서는 훈제오리   LB 19.99,  티본 스테이크LB  7.99,  터키LB  1.28, 통닭(WHOLE) LB 1.99, 닭다리 BAG  LB 0.79에 판

조지아 지난달 신규고용 소폭 증가
조지아 지난달 신규고용 소폭 증가

실업은 3개월 연속 3.6% 지난 달 조지아 고용시장은 신규고용 소폭 증가에 힙입어 실업률은 계속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14일 조지아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조지아의 신규

박평강 지휘자, 대학 오케스트라 지휘 부분 2위 쾌거
박평강 지휘자, 대학 오케스트라 지휘 부분 2위 쾌거

'전람회의 그림' 곡 연주 인정받아내년 1월 11일, 신년음악회 개최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현재 음악 감독 및 지휘자로 활동 중인 박평강 박사가 'The Ameri

조지아주 조산아 출산율 낙제점(F등급)
조지아주 조산아 출산율 낙제점(F등급)

조지아 산모와 유아건강 모두 F등급 조지아는 조산아 출산율이 높아 신생아 보건단체 마치 오브 다임스(March of Dimes) 2024년 보고서에서 F등급을 받았다.조지아의 조산

인후통 감기 유행, 완화 위한 세 가지 방법
인후통 감기 유행, 완화 위한 세 가지 방법

꿀, 카모마일, 소금물로 인후통 감소 날씨가 추워지면서 인후통을 동반하는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독감으로 인해 목이 따갑고 타는 듯한 고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유

[주말 가볼 만한 곳] ‘슈가 힐 아이스링크 개장’ 등 5가지 이벤트
[주말 가볼 만한 곳] ‘슈가 힐 아이스링크 개장’ 등 5가지 이벤트

이번 주말 어디갈까? 몰 오브 조지아를 비롯한 로렌스빌, 슈가힐 등의 지역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가볼 만한 곳 5가지를 소개한다.  △ 몰 오브 조지아, ‘트리 라이팅’몰 오브 조지

조지아 주하원의장에 존 번스 재지명
조지아 주하원의장에 존 번스 재지명

공화당 하원 코커스에서 지명 조지아주 권력서열 3위 주하원의장에 존 번스 현 의장이 재지명됐다.지난 총선에서 주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20

추억의 핑크 피그 열차 화려한 부활
추억의 핑크 피그 열차 화려한 부활

조지아 나무 페스티벌 기간 운행이달 23일부터 개스 사우스 센터 추억의  핑크 피그 열차가 부활한다.조지아 나무 페스티벌 주최 측은 12일 둘루스 개스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 핑크

조지아에서 가장 부유한 카운티는?
조지아에서 가장 부유한 카운티는?

포사이스, 오코니, 풀턴 순...귀넷 14위 금융기술 웹사이트 스마트에셋(SmartAsset)의 최신 연례 연구에서 투자 수입, 부동산 가치, 중간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조지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