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시론] 예수가 이 땅에 온다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28 17:38:06

시론,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기독교(천주교·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공통 성지인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불과 10㎞가량 떨어진 베들레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속한 이곳은 예수의 탄생지로 유명하지만 올 성탄절에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70㎞ 떨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유대교)과 하마스(이슬람교) 간 전쟁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크리스마스에도 가자지구에서 공격의 강도를 높여 하루 새 수백 명이 숨지는 참사가 이어졌다. 10월7일 개전 이후 200만 명의 가자 주민 중 벌써 2만 명 이상 숨지고 6만 명 가까이 다쳤다. 어린이와 여성도 다수 포함됐다. 심지어 남부의 난민캠프까지 공습을 받아 아비규환의 참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은 전기와 에너지·의약품이 끊긴 상황에서 공습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추위와 식량·물 부족에 고통 받고 있다. 감염병이 퍼지고 오염된 물로 인해 복통 환자도 늘고 있다. 가자 주민 입장에서는 외부와 차단된 채 토끼몰이 식으로 당하는 형국이다.

물론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1,200명이 숨지고 200명이 인질로 잡혀가는 피해를 입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매일 현지의 참상을 접하면서 만약 예수가 이 사태를 본다면 어떠실까 상상해본다. 우선 예수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유대 땅의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현재 고통 받는 이들과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예수는 양부를 따라 목수 일을 하다가 구약성경을 읽으며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서른 살에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한 뒤 많은 기적을 행한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오병이어로 5,000여 명을 먹이고, 물 위를 걷고, 중풍 환자를 고치고, 정신병을 낫게 하고, 소경을 눈뜨게 하는 다양한 일화가 신약성경에 나온다. 만약 예수가 지금 이 땅에 온다면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어루만져주실 것이라는 얘기다.

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내 아버지께 복 받은 이들아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해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라’고 했다. 메시아를 자처한 것이다. 그는 모두가 존중받고 구원받는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자고 역설했다. 유대교의 안식일을 유연하게 해석하고 성전이 필요 없다고 했다. 당연히 로마 압제자는 물론 그들과 협력하던 유대인 사제 등 기득권층에 눈엣가시였다. 결국 정치·사상범으로 몰려 십자가 형틀에 못 박혀 참혹하게 숨진 뒤 사흘 만에 부활해 승천했다고 성경에 쓰여 있다.

이렇게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온 기독교는 로마제국에서 300여 년간 이뤄진 극심한 박해를 뚫고 세를 넓히며 313년 종교의 자유를 얻은 뒤 380년에는 아예 국교로 거듭난다. 로마제국의 정신세계를 접수한 것이다. 이후에는 오히려 유대인들이 불이익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16세기 말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을 악독하게 표현한 게 한 예다. 20세기에는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까지 발생했다. 이런 천신만고 끝에 유대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뒤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여러 차례 이슬람권과 전쟁을 치르며 지금은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가자지구를 철조망으로 둘러싸 사실상 감옥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강하게 억압할수록 분노와 보복 의지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 마련이다. 팔레스타인 온건 자치정부의 서안지구에 비해 강경파인 하마스가 통치해온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불붙은 게 예다. 결국 강대강 대결만으로는 근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채찍뿐 아니라 당근책까지 병행해야 한다.

세계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못지않은 화약고로 취급되는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새해에는 단연 튼튼하고 강한 안보를 바탕으로 평화의 손길을 내밀며 남북 관계를 주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호 체제 인정과 불가침, 교류·협력을 담은 남북기본합의서도 1992년 보수 정부에서 이뤄졌다.

“예수님은 힘의 과시를 통해 위에서부터 불의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아래서부터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불의를 없애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탄 미사가 가슴을 울린다.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엠폭스 바이러스 테스트 장비 [로이터]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변종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미국에서도 나왔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최근 동

[법률칼럼]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

케빈 김 법무사   미국 국무부 국립비자센터(NVC)는 매월 15일을 전후로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를 발표하여, 각 이민 비자 카테고리별로 접수 가능일(Fili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썬박 벌레문제로 상담하시는 고객들 가운데에는 아파트나 콘도에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페스트 컨트롤 회사와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