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행복한 아침] 시월의 숲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0-06 09:02:16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시월로 접어들었다. 시월의 숲은 무성했던 우거짐을 내려놓으며 초록은 뉘엿뉘엿 빛 바램으로 접어들고 있다. 초록 발육이 한계점에 이르렀지만 푸름의 향훈이 아직은 머물렀고 여름의 무르익음이 지친 채 고여있는 경쾌한 계절 길목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코발트 빛으로 높아가고 바람도 아름드리 고목이며 하늘 우러른 까마득한 나무 사이로 조신해야 할 여유조차 없다는 듯 한바탕 허물없이 휘감기며 불어댄다. 막힌 데 없는 바람 길이 개운하고 후련하게 마음을 트이게 해준다. 인생들의 생각대로 바람 흐름을 한치라도 지연할 수 있었냐고 질문을 던져대는 바람 흐름새가 서늘하고 상쾌하다. 인적 드문 숲이라 싱그럽게 뻗어있는 수목에 압도 당하는 느낌은 모처럼 안아보는 안도감 같기도 하고 오묘한 성취감 같기도 하다. 숲 내음, 산 내음에 바람 흐름까지 그윽한 충만이다. 서둘러 단풍으로 물든 잎새들이 언뜻언뜻 시야에 들어온다. 잘 보존된 원시림의 위용 앞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 바로 숲의 매혹이요 대범의 여백이다.

눈부신 햇살이 시월 숲에 드리워지고 숲은 곧장 다음 계절로 갈아입어버릴 모양새다. 산 기슭을 흐르는 물소리에도 생기가 느껴진다. 아무리 숲 그늘이 짙어도 시월이 돌아오면 이내 푸른 잎맥 실핏줄의 퇴색이 두드러지 듯 돋보임이 애잔하다. 찬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엽록소의 소진을 예감하게 되나 보다. 엽록소로 불리우는 잎 파랑이는 식물에 함유된 녹색 색소로 광합성의 핵심분자인 빛 에너지를 흡수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색소를 칭 함인데,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로 하여 햇살 에너지가 줄어듦으로 하여 초록 엽록소도 기능을 잃어가게 된다. 시월이 계절의 길목에서 가늠자를 들이대고 있음에도 아직은 푸름의 특권인양 초목은 제 키를 자랑하고 덩달아 새들의 노랫소리로 하여 숲은 평온에 젖어있다. 숲에서 듣게 되는 새들의 합창은 언제 들어도 평화롭고 바람도 숲도 평안 하기 그지없다. 깊은 심호흡이 토해진다. 시월의 숲에 잠겨 있노라면 세상으로부터 받는 자극의 무질서나 혼란이 잠재워지고, 아픔도 외로움도 초록 푸름 속에서 정화된다. 질서와 조화가 아우러진 넉넉한 기쁨과 안녕으로 채워진다.

나무와 나무가 어우러지면서 숲을 이루었기에 홀로 서 있는 나무에도 눈길이 머물지만 어우러져 이룬 숲은 서로를 너그럽게 감싸며 밀어내지 않는 용납으로 숲을 조성해낸 밀집성의 따뜻함을 칭송하며 따르고 싶다. 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린 바람 결에도 바람 맞는 모습이 어찌 보면 애절함으로 뒤흔드는 모습이라 무참한 바람 결에 술렁이는 숲의 술회가 맑고 애잔하게 와 닿기도 한다. 숲은 언제나 이듯 하늘을 우러르면서도 우주를 포옹하는 대범을 보여준다. 이슬로 목을 축이고 천둥번개 폭풍에도 겸허로 내린 뿌리는 대지 품을 파고들며 결코 만용을 부리거나 시샘 하지 않는다. 계절 환승 무렵이라 사람 틈에서 유난히 외로움이 밀려들면 숲을 찾게 된다. 가지를 뻗으며 서로를 포용 하려는 몸짓으로 바람이 일면 서로를 비벼대며 외로움을 삭이고 있는 숲과 동병상련을 나눌 수 있어 금상첨화다. 숲의 순환은 우리네 인생 여정을 침착하게 보여 주고 있다.

숲을 이룬 나무의 생장을 뒷받침해온 광합성 작용은 이산화 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내놓는다. 물질만능 현대사회 속에서의 광합성 작용이야말로 세상의 호흡창구라고 생각 된다. 숲의 생존을 본 받은 존경받을 만한 인성을 지닌 지성의 모습이 점점 드물어지고 희귀해지는 세상으로 가고있다. 혼탁해져 가는 세상살이에서 맑은 공기로 숨 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주는,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양심의 건강한 폐활량 같은 존재로 생각된다. 숲이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맑고 신선한 공기를 내어주듯이 지성은 사회를 정화하고 선도하는 양심의 창이 되어주기에 지성의 외침이 절실한 시대이다. 빌딩 군집과 매연으로 가득한 도심이 삭막하기 이를 데 없음 같이 지성의 대성 질호 호통이 사라져 가는 세상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사해 같은 세상이 도래할 수 밖에 없음이다.

세상이 분출해내는 어지러움과 불편, 일상의 조화가 깨어지는 것에 까지도 삶의 광합성 작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그러진 세상 풍조를 잠재울 수 있는 발상을 외면한 채 앞만 주시하며 질주할 수 밖에 없는 일상들이지만 잠깐이라도 도심을 떠나, 사람을 떠나, 일을 잊고, 관계를 잊고 대자연의 충만한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을 맡겨볼 수 있는 길이 이렇듯 열려 있는 것을. 푸른 하늘, 울창한 나무와 숲, 방만한 바람의 난무에 어우러지며 느껴보고 노래할 수 있는 숲이 얼마든지 가까운 공원들이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터인데. 각박한 삶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자연과의 대화를 마냥 억제하는 마음들을 어이해야 할까 싶다. 숲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보답할 길을 찾기로 기약하며 아쉬움으로 숲을 떠난다.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시월 숲이 쏟아놓는 수다의 미로 속을 걷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숲의 과묵한 다변이 마냥 경쾌한 시월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엠폭스 바이러스 테스트 장비 [로이터]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변종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미국에서도 나왔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최근 동

[법률칼럼]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

케빈 김 법무사   미국 국무부 국립비자센터(NVC)는 매월 15일을 전후로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를 발표하여, 각 이민 비자 카테고리별로 접수 가능일(Fili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썬박 벌레문제로 상담하시는 고객들 가운데에는 아파트나 콘도에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페스트 컨트롤 회사와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