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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후퇴 아닌 은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19 11:38:04

단상,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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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느 누구도 시간과 세월을 이길 챔피언이 없다. 젊어서는 시간을 이기는 승리자라고 자부하며 여기저기 시간을 호령하며 다닐 만큼 힘과 정열이 넘친다. 그러나 나이를 먹게 되면 어느새 시간 앞에 머리를 굴복하게 되고 자연히 은퇴라는 명령서를 받게 된다.

은퇴명령서는 내가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양보하고, 고속도로의 휴게소처럼 잠시 쉬면서 이제 남은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생각하라는 독촉장이다. 은퇴의 의미를 대부분 무대에서 주인공의 역할에서 보조출연자로 바꾸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은퇴는 멀리 떠나 숨어 조용히 지내라는 퇴각 내지 후퇴가 아니다. 은퇴는 정지나 소멸이 아니라 숨과 쉼이다. 숨을 쉬지 않으면 호흡할 수 없고, 쉬지 아니하면 계속 할 수 없는 것처럼 은퇴는 쉬어서 천천히 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은퇴(Retire)를 자동차 타이어를 다시 바꾸는 Retire라고 우습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 오래 사용하여 닳아진 손과 발, 그리고 몸과 마음을 사용했으니 이제 다시 몸과 마음을 새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은퇴, 리타이어는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그런 물건처럼 버려지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또 다른 목적지를 찾아 떠나는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인 것이다. 그 시작은 지금까지 했던 일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했던 일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간과 삶을 개척해가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지금의 일을 새롭게 하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삶이 은퇴의 삶이다.

은퇴의 삶은 어딘가에 또는 누군가에 꼭 필요한 리콰이어(Require)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정말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아주 평범한 은퇴자의 모습은 가정에서 부모로서 또는 조부모로서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가정의 어른으로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에게는 큰 힘과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자녀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명기6:7)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올바른 삶의 윤리와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기본의 도리만이라도 가르쳐준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노년의 삶이 없을 것이다.

100세 시대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기에는 아직도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다. 그냥 우두커니 서있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김범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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