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전문가 에세이] 무엇인가를 ‘혐오’하는 재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29 12:00:04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케이(임상심리학 박사)

유펜 심리학 교수인 폴 로진은 바퀴벌레 실험으로 상식에 도전했다. 어느 날 참가자들은 무척이나 깔끔한 실험실로 초대된다. 깨끗한 흰색 커버가 덮인 테이블. 그 위에는 오렌지주스가 담긴 두 개의 유리병이 있다. 잠시 후 조교가 쟁반 위에 받쳐 들고 온 바퀴벌레를 한쪽의 유리병에 빠뜨린다. “이 바퀴벌레는 무균실에서 길러졌으며 철저히 멸균시킨 것입니다. 인체에 아무런 위험이 없어 절대로 안전합니다. 한 컵씩 쭈욱 들이켜세요.” 결과는 뻔한 것. 이날 바퀴벌레 주스를 마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퀴벌레는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인간에게 지독한 혐오의 대상이다. 정말? 로진박사의 멸균 바퀴벌레는 안 더러운데?

로진 박사가 한번은 매력 넘치는 여성 학자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맨해튼의 고급 식당, 캔들라잇 디너테이블로 안내되는 순간 여성은 로진박사의 상의 옆구리가 불룩 솟아나온 것을 보았다. 얼핏 눈에 들어온 것은 흔히 대장수술 환자들이 달고 다니는 배변주머니로 보이는 사이즈. 여성은 대화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웠고 식사할 기분도 사라졌으나 무한한 인내심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의심이 사라진 것은 다음번의 만남, 로진박사가 말짱한 신사복 차림으로 나타나서 말했다. “지난번에 걸쳤던 다운재킷은 세탁기에 잘못 돌려서 털이 온통 배 쪽으로 뭉쳤지 뭡니까.” 로진박사가 그녀를 시험했는지, 정말 몰라서 입고 나왔었는지 증명할 길 없으나 아무튼 두 유명 학자는 ‘혐오’를 넘어 결혼으로 이어갔다는 에피소드다. 

분노, 공포, 즐거움, 슬픔, 놀람, 혐오는 인간의 여섯 가지 기본 감정으로, 혐오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있는데도 이전에는 별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입을 헤벌리고 있는 모습은 어떤가. 과학적 묘사로는 ‘양쪽 입술이 벌어진 상태에서 확장된 혀가 입술 밖으로 돌출되며 윗입술은 후퇴, 아래턱이 밑으로 떨어진 상태’ 말이다. 여기서 끈적한 침이 주르르 흐른다면? 이런 모습을 보면 도망치고 싶은 욕구와 메스꺼움, 자신을 깨끗이 하고 싶은 충동이 유발될 것이다. 

로진 박사팀은 이후로도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신선한 오렌지주스를 새 변기통에 담아내오기, 사용 후 철저하게 씻어낸 파리채로 휘휘 저은 수프 마시기, 여성 위생용품을 입술에 대기…. 도대체 혐오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의 혐오감은 메스꺼움이나 구토로 표시된다. 메스꺼움은 먹기를 중단하라는 신체 신호이고 구토는 방금 먹은 것에 대한 실행 취소 버튼이다. 이번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자. 사랑스런 연인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사과향기, 잠시 후 남성은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연인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가 두피를 벗어나 둘이 먹으려던 샐러드 위에 떨어지면? 

학자들은 혐오감에서 인간의 진화를 설명한다. 만일 혐오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아마도 역겨운 것을 먹고 죽었을 것이다. 반면 너무 쉽게 혐오감을 느끼면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여 죽었을 것이다. 네오포비아(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와 네오필리아(새로운 것에 대한 사랑)가 적절하게 섞인, 그 중간지대에 서 있는 게 안전책이다. 혐오는 지나간 불쾌 경험에 대한 인식오류일 수 있다.

임상심리학에서는 혐오민감성척도를 통해 개개인의 성향을 측정한다. 맨발로 길을 걷다가 지렁이를 밟는다면, 공동화장실 변기에 몸의 일부가 닿는다면, 친구가 속옷을 일주일에 한번만 갈아입는다는 걸 알았다면… 등의 문항이다. 혐오의 출처는 어디인가? 상대인가? 아니면 내 머릿속인가? 대상을 무작정 혐오하기 전에, 한번쯤 내 기억의 프로그래밍 오류를 탓해볼 일이다. 

[전문가 에세이] 무엇인가를‘혐오’하는 재미
김 케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홍수정 의원 결의문 발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5일 주청사 주지사 사무실에서 아시안커뮤니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9일로 다가온 음력설(Lunar New Year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한인회칙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극우인사 정치 집회 장소로 전락  동포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건립된 애틀랜타 한인회관이 극우 인사들의 단골 집회장소로 변질되면서 한인사회의 우려가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대부분 다툼 커져 살인으로 이어져취업 프로젝트, 범죄율 감소에 한몫 애틀랜타내 살인범죄율이 2023년 대비 2024년 감소했다. 다린 쉬어바움 애틀랜타 경찰청장에 따르면, 강간범죄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고뱅킹레이트…인구 8년간 30% ↑5년간 신규일자리 1만4천여개  풀턴 카운티 유니온 시티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외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최근 금융전문 온라인 사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올 봄 개장 목표 막바지 공사 관련 인원 160여명 ATL 이주 내년 북중미 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올해 봄 개장을 목표로 애틀랜타에 건설 중인 아서 M 불랭크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주택관리기관 면책 여부 논쟁1,2심은 손해배상 소송 기각 주대법,하급심 판결 깨고 심리  조지아 대법원이 공공주택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 해당 지역정부 주택관리기관에게 과실책임 면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AJC 조지아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트랜스젠더에 이중적 태도절반 “총격사건 피해” 우려 학교안전대책 “금속탐지기” 이번주 회기를 시작한 조지아 주의회의 주요 쟁점은 단연 트랜스젠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14일, 법무부 장관실에서 수여식 진행아시안 커뮤니티 안전 강화에 앞장서 왈렉(세계아시안사법기관자문위원회, 회장 민정기)이 지난 14일 조지아주 법무부 장관실에서 크리스 카 법무장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헬스케어 관련 전공 대학생 지원1인당 500불 장학금 후원 예정 핏인모션 물리치료 재활병원과 프리마 성형외과 센터 등 한인 병원과 사업체에서 후원하는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강경 핵심 정책 벌써 잡음불법이민 추방 공약 현실화땐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한 반(反)이민정책과 연방정부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고용시장 및 공무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