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첫광고

[삶과 생각] 자식들에게 아버지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20 13:16:07

삶과 생각, 조광렬 수필가 화가 건축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조광렬 (수필가·화가·건축가)

아버지날을 지나면서 문득 오래전에 본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1949)’이라는 연극이 생각난다. 대공황이란 급격한 변화 속에서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가장 윌리 로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인 윌리가 직업을 잃고 혼란을 겪으며 무너져가는 모습과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의 심리를 세밀하게 다루며 산업화되고 물질주의화 된 현대문명 속에서 마치 하나의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소시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 연극 대사 중에서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너희 아버지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란 건 아니야. 너희 아버지는 큰돈을 번 일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어. 하지만 네 아버지도 인간이야. 그러니까 소중히 대해드려야 해. 늙은 개처럼 객사를 시켜서는 안 돼.”

사회적으로 성공이라는 것을 하지 못한 주인공인 아버지 윌리에게 아들들이 등을 돌릴 때, 끝까지 깊은 연민과 아내로서 남편을 지키는 린다의 말이다.

이 연극과 오버랩되며 떠오르는 장면들이 또 있다. 지난 25년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크쇼 중 하나였던 오프라 윈프리 쇼의 장면들이다. 30대~50대의 가장 7~8명이 출연하여 이제껏 어느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던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아 많은 아버지들의 공감을 얻은 바있다. 사회라는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던져진 채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버지들, 혼자만의 삶도 버거운데 가족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 ‘나’는 없어지고, 삶의 중심이 아닌 ‘밖에 있는 존재(outsider)’로서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소외감, 아이들의 꿈, 가족 공동의 꿈에 밀린 채 자신의 꿈을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좌절감 등을 그들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토로했다.

‘남편’이요 ‘아버지’인 그들도 세상이 두렵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하나의 인간이요, 가족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 나름대로의 꿈이 있다는 것을 아내나 자식들은 모르고 살아간다.

이 세상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앞에 언급한 가장들같이 매일 가족을 위해 더러워도 허리 굽히고 손 비비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가슴 속에 꿈 하나 숨기고 자신을 팔기 위해 무거운 가방 들고 정글같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유능한 남편, 당당한 아버지,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삶의 정글에서 짐짓 용감한 투사인 척 해보이지만, 이리 몰리고 저리 부대끼고 남은 것은 빈껍데기 꿈뿐이다. 아버지는 자식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땅속 깊이 자신을 낮추고 숨겨져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뿌리같은 존재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존재다. 아버지는 끝없이 강한 불길 같으면서도 자욱한 안개와도 같은 그리움의 존재이다. 아버지는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하나의 뜨거움으로 다가오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내 가족이 세상에 치이고 다쳤을 때 찾아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아버지는 늘 안식의 언저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 언제까지나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존재이다. 그런 ‘아버지’라는 이름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낯선 사람이 숨어있다.

침묵과 고단함을 자신의 베개로 삼는 사람. 울고 싶어도 울 곳이 없는 사람. 너털웃음 웃고 돌아서서 황혼녘 야윈 골목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사람,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다. 

조광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홍수정 의원 결의문 발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5일 주청사 주지사 사무실에서 아시안커뮤니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9일로 다가온 음력설(Lunar New Year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한인회칙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극우인사 정치 집회 장소로 전락  동포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건립된 애틀랜타 한인회관이 극우 인사들의 단골 집회장소로 변질되면서 한인사회의 우려가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대부분 다툼 커져 살인으로 이어져취업 프로젝트, 범죄율 감소에 한몫 애틀랜타내 살인범죄율이 2023년 대비 2024년 감소했다. 다린 쉬어바움 애틀랜타 경찰청장에 따르면, 강간범죄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고뱅킹레이트…인구 8년간 30% ↑5년간 신규일자리 1만4천여개  풀턴 카운티 유니온 시티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외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최근 금융전문 온라인 사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올 봄 개장 목표 막바지 공사 관련 인원 160여명 ATL 이주 내년 북중미 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올해 봄 개장을 목표로 애틀랜타에 건설 중인 아서 M 불랭크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주택관리기관 면책 여부 논쟁1,2심은 손해배상 소송 기각 주대법,하급심 판결 깨고 심리  조지아 대법원이 공공주택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 해당 지역정부 주택관리기관에게 과실책임 면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AJC 조지아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트랜스젠더에 이중적 태도절반 “총격사건 피해” 우려 학교안전대책 “금속탐지기” 이번주 회기를 시작한 조지아 주의회의 주요 쟁점은 단연 트랜스젠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14일, 법무부 장관실에서 수여식 진행아시안 커뮤니티 안전 강화에 앞장서 왈렉(세계아시안사법기관자문위원회, 회장 민정기)이 지난 14일 조지아주 법무부 장관실에서 크리스 카 법무장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헬스케어 관련 전공 대학생 지원1인당 500불 장학금 후원 예정 핏인모션 물리치료 재활병원과 프리마 성형외과 센터 등 한인 병원과 사업체에서 후원하는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강경 핵심 정책 벌써 잡음불법이민 추방 공약 현실화땐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한 반(反)이민정책과 연방정부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고용시장 및 공무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