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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창] 정의에도 ‘중립’이 있을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1 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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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이 1980년부터 진행한 수업 내용을 토대로 2010년 저술한 정치 철학서다. 여기서 샌델은 근현대 윤리학과 정치철학에 해당하는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를 둘러싼 여러 논쟁의 핵심들을 강의 형식으로 풀어놓고 있다.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공리주의), 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자유주의),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공동체주의)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정작 미국에서는 10만부 남짓 팔리는 정도였으나, 한국에서 유독 크게 인기를 끌어 정치철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200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이 책이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저자인 마이클 샌델 자신도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샌델이 한국에서 어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국민들 사이에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법과 양심이 한국 사회의 근본이 돼야 함에도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특히 사회지도층이 법과 정의를 지키지 않는 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2010년 번역된 책이 2014년 재번역을 통해 재출간까지 됐을 정도로 정의 열풍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가 늦어지면서 헌법재판소 내부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체 심리기간만 100일이 넘고, 변론종결 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선고가 늦어지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재판관들이 의견 조율을 마치고 막바지 최종 결정문 작성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고가 늦어질수록 헌재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을 하라고 추천된 재판관들이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두명의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까지 결정을 못하고 사실상 심리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이 8명으로 구성된 헌재 재판관들의 최종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을까? 혹자는 재판관들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의 차이를, 다른 이들은 특정 대학 출신 법조인들이 주도하는 사법 카르텔의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정의로워야 할 재판관들이 공정한 선고를 위해 숙고를 거듭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애써 이해하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성직자로는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발탁된 유흥식 추기경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체하지 말고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선고를)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밝혀달라고도 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는 무엇인가‘의 결론부에서 정의 담론이 도덕의 영역을 애써 피하고 중립을 지키려다 보면 오히려 근본주의의 득세를 돕는 꼴이 되며, 정의에 대한 담론을 다룰 때 도덕을 논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샌델의 관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의 난데 없는 비상계엄은 한국 국민들의 행복을 파괴했고, 한국인들 각각의 자유로움을 훼손시켰으며, 한국 사회에 전례 없는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전혀 정의롭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계적 중립은 정의가 아니며, 애써 중립을 취하려다 지연된 정의 역시 더 이상 정의가 아님을 정의로운 헌재 재판관들이 부디 깨닫기 바란다. 

<노세희 LA 미주본사 부국장대우ㆍ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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