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북한강 탐험한 여성 학자가 들여왔다고? 이 '노란 음식'의 비밀

한국뉴스 | | 2024-01-05 17:14:37

카레의 여정,노란 음식의 비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인도, 영국, 일본을 거쳐 한국까지…카레의 여정

1920년대 초반 만주 용정에서 태어난 외할머니는‘신여성’이었다.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했으며 양장 기술을 습득해 월남 후 실질적인 가장 노릇마저 했다. 그런 외할머니가 잘했던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옛 표현을 그대로 옮겨‘라이스 카레’였다. 1920년대에 그것도 만주에서 태어난 한국 여성이 카레를 끓여 손자에게 먹였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이색적이라 신비롭게 여겨질 정도였다. 풍성한 향신료 속의 감자며 당근은 어린이의 입맛에 놀랍게도 딱 들어맞았다. 그렇게 나는 카레와 친해졌다.‘라이스 카레’를 마지막으로 맛본 지 40년 가까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카레를 즐긴다. 물론 직접 만들어 먹는다. 끓일 때마다 카레가 200여 년 동안 겪은 여정에 감탄하곤 한다. 인도의 카레가 영국을 거쳐 일본에서 만개하고 한국까지 건너왔다. 이렇게 카레가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어 일상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는 나름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카레는 심지어 김치와도 매우 잘 어울렸다. 저마다의 음식 조합 변주로 각국에서 생명력을 키운 카레의 여정을 살펴보자.

카레 가루.  <Shutterstock>
카레 가루. <Shutterstock>

 

 

 

■루의 활용, 영국 카레의 혁명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듯 카레는 원래 ‘커리'(curry)였고 인도가 고향이다.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의 온갖 카레가 상당히 대중화된 오늘날까지도 아직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는 게 있다. 카레는 정형화된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밀어로 ‘수프’ 혹은 ‘소스’라는 뜻의 ‘커리'는 향신료의 조합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맛과 향을 지닐 수 있다. 그래서 국가, 지역, 심지어 가정마다 향신료의 조합이 다르다. 인도와 태국의 카레가 다른 배경이다.

‘커리'가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카레로 정형화되기 시작한 계기는 영국의 인도 식민 지배다. 영국은 17세기 동인도회사를 내세워 인도를 침탈했다. 이를 통해 18세기 말 백후추와 회향, 정향, 쿠민, 고수, 고춧가루 등으로 배합된 카레의 일종인 가람 마살라(garam masala)가 영국으로 유입됐다. 

그 결과 1747년 해나 글라스의 저서 ‘쉽고 소박한 요리’(The Art of Cookery Made Plain and Easy)에 처음으로 카레 레시피가 등장한다. 1년 뒤엔 영국의 식품 기업 크로스앤드블랙웰(C&B)이 인스턴트 커리 가루를 최초로 출시했다.

영국에선 1810년 최초의 카레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점차 자리를 잡아 나가던 카레는 해군의 음식으로 탈바꿈을 시작한다. 영국의 침탈에 선봉장 노릇을 했던 해군은 카레를 쌀쌀한 바다의 환경에 맞는 음식으로 조리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오늘날 일본 및 한국식 카레로 익숙한 카레의 스튜화였다.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카레는 수프나 소스라는 어원에 걸맞게 묽은 편이다. 하지만 영국 해군은 카레가 바다의 쌀쌀함에 견딜 수 있도록 걸쭉하게 만들었다. 버터나 식용유 등 지방에 밀가루를 볶아 쑨 풀인 루(Roux)를 활용하는 게 변화의 핵심이었다. 루는 서양 스튜의 기본 재료로 소스의 걸쭉함과 풍미를 두텁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감자를 품다, 일본 카레의 변화

루의 힘을 빌려 본격적으로 스튜로 탈바꿈한 카레는 빵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까지 상륙한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1889) 시기였는데 카레 유입의 배경을 두고 여러 설들이 난무한다. 좌초된 영국 군함에서 뭍으로 올라와 목숨을 건진 장병 가운데 한 명이 카레 양념이 담긴 병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카레가 일본으로 유입되었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는 생존자들을 통틀어 유일하게 배에서 가지고 나온 물품이 카레 향신료 단 한 가지였다는 식으로 극화돼 오늘날까지도 전해 내려온다.

카레는 일본에서도 해군의 음식이 될 팔자를 피할 수 없었다. 러일전쟁(1904~1905) 당시 일본 혼슈의 항구도시 요코스카에 주둔하던 일본 해군 또한 카레를 이상적인 군 급식 음식으로 여겼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조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기와 채소 또한 함께 익힐 수 있어 영양의 균형도 맞을 거라 본 것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밥과 잘 어우러지도록 밀가루를 더해 걸쭉하게 끓인 카레는 곧바로 해군 장병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해군들의 입소문을 통해 카레의 인기는 일본 전역으로 번졌다.

입소문을 타던 카레는 감자를 계기로 한 차례 큰 변화를 겪는다. 1877년 일본에 쌀이 부족해지자 카레에 쌀 대신 감자를 넣자는 제안이 힘을 얻었다. 일본의 농학과 과학을 현대화시킨 홋카이도대학의 미국인 농학자 윌리엄 S. 클락(1826~1886)이 그 아이디어를 냈다. 구황작물인 감자가 카레의 주재료로 일본과 한국에서 자리 잡은 배경이다.

감자까지 품은 카레는 일본에서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한참 동안 음식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향신료의 배합과 걸쭉해지기 위한 루의 조리 모두 가정에서 다루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 걸림돌 중 하나가 1923년 사라진다. 

‘카레의 명가'로 유명한 일본 에스비(S&B) 식품이 배합 카레 양념을 출시하면서다. 야마자키 미네지로 S&B 창업자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전파된 가람 마살라를 바탕으로 더 많은 향신료를 더해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카레 양념이 출시되고 3년 뒤 루 또한 인스턴트 제품으로 출시되면서 카레의 대중화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 1926년 일본 우라카미쇼텐(현 하우스식품)은 ‘홈 카레’라는 품명으로 루가 일체화된 과립형 카레를 출시했다. 더 나아가 S&B는 1956년 많은 이들에게 카레의 전형으로 각인된 ‘덩어리형 인스턴트 제품'을 내놓는다. 이 제품을 계기로 가정식으로서 카레의 입지가 다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완제품은 1968년 일본 오츠카 식품이 ‘본 커리’라는 품명으로 출시했다. 이런 ‘진화'를 거쳐 오늘날 카레는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다. 스시 대신 카레를 ‘가장 일본적인 음식’이라 꼽는 사람도 많다.

■ ‘미국산 안 맞아’ 한국 카레의 태동

한국에서 카레를 처음으로 조리해 먹은 인물은 1884년쯤 조선을 탐험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1831~1904)으로 추정된다. 그는 카레 가루와 밀가루 등을 챙겨 북한강 유역을 탐험하면서 카레를 해 먹었다. 

낯선 나라의 오지를 돌다 지친 그가 카레를 해먹던 소회를 책(‘한국과 그 이웃나라들'·1994)에 기록한 내용은 이랬다. “별다른 외국 음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여행자에게 카레 국물에 버무린 꿩고기 요리(...) 그 훌륭하고 따스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10시간이 넘는 추운 여행 후에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카레는 1925년경 한국에 유입됐다. 1930년대엔 신문에 제법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의 카레에 대한 표현은 나의 외할머니가 썼던 것처럼 ‘라이스 카레’였고 조리법이나 먹는 시기 등에 대해 주로 다뤄졌다. 인스턴트 카레가 보급되지 않아 “카레 가루에 별도로 밀가루를 넣으라"거나 “작은 불에 오래 끓여야 제맛이 나니 채소를 익히고 카레를 더한 뒤 한참 더 끓이라"는 내용이었다. 매우니 겨울철에 먹지만 원산지인 인도에선 여름에 먹는다는 유래도 소개됐다.

1일제강점기가 끝난 뒤 카레는 일본 대신 미국에서 수입됐다. 다만 미국산은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결국 1963년 9월 제일식품화성주식회사가 한국 최초의 즉석 카레인 ‘스타 카레분’을 출시했다. 5년 뒤인 1968년엔 조흥화학 식품사업부에서 ‘오뚜기 분말 카레’도 생산했다. 오늘날의 ‘오뚜기 카레'가 이렇게 시작됐다. 1981년엔 레토르트 제품 ‘3분 카레’가 출시돼 오늘날 대중화된 카레의 초석이 다져졌다.

 

일본식 카레.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식 카레. <한국일보 자료사진>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데스크 단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데스크 단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부끄러움을 못느끼는 한인회 인사들 성경 창세기 3장은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이 금지한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은 범죄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모기지 금리 10월 이후 최저, 대출신청 증가
모기지 금리 10월 이후 최저, 대출신청 증가

4월 9일 6.61%, 대출신청 20% 증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이번주 6.61%로 하락하며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봄날 가족과 함께 화려한 독우드 즐기세요
봄날 가족과 함께 화려한 독우드 즐기세요

애틀랜타 독우드 축제 개막 일요일까지 피드몬트 공원서  애틀랜타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우드 축제가 개막됐다.올해로 89번째를 맞는 애틀랜타 독우드 축제는 11일 정오에

뱅크오브호프, 조지아에 한국기업 금융지원센터 설치
뱅크오브호프, 조지아에 한국기업 금융지원센터 설치

한국기업 미국진출 및 정착 돕기 위해원스톱 금융서비스는 물론 법률지원도애틀랜타·LA·뉴욕·뉴저지·휴스턴 설치  뱅크오브호프(BOH, 행장 케빈 김)는 11일 조지아주 둘루스 지점에

조지아 남부서 소형 비행기 전복
조지아 남부서 소형 비행기 전복

착륙 도중 사고…4명 부상  조지아 남부 찰턴 카운티에서 소형 비행기가 착륙 중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찰턴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30분께 폭스턴시 소재 데이

애틀랜타 도심서 다시 사자 포효 소리
애틀랜타 도심서 다시 사자 포효 소리

애틀랜타 동물원 사자 전시관 재개장반년간 600만달러 들여 리모델 마쳐  애틀랜타 동물원이 6개월간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친  아프리카 사자 전시관을 일반에게 재공개했다.동물원 측

우미노시즈쿠 후코이단 창사 24주년 '무료 선물 증정'
우미노시즈쿠 후코이단 창사 24주년 '무료 선물 증정'

4월 15일-5월 31일, 빅 이벤트 실시 후코이단 업계의 선두주자 우미노시즈쿠 후코이단이 창사 24주년을 맞아 제품 구입시 최대 1900불 할인과 최대 400불상당 선물을 무료증

한국 멸종위기 조류 밀매 조지아 의사에 거액 벌금
한국 멸종위기 조류 밀매 조지아 의사에 거액 벌금

희귀 조류∙알 등 대량 불법 반입 혐의법원, 90만달러 벌금 보호관찰 선고한국 서식 청다리도요사촌 알도 발견 국제적인 희귀새를 포함해 보호종으로 지정된 조류와 알을 밀매한 혐의로

수업 중 흑인비하 단어 쓴 교사 해고
수업 중 흑인비하 단어 쓴 교사 해고

로간빌 월넛 그로브 고교 교사칠판에 단어 적고 웃는 영상 논란 수업 중 인종차별적 비하 단어를 사용한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고교 교사가 해고됐다.최근 다수의 소셜 미디어에는 한 교

조지아 대학가 유학생 비자취소 확산
조지아 대학가 유학생 비자취소 확산

UGA 이어 에모리대서도 확인재학생 1명∙ OPT 과정 3명 등  전국적으로 유학생 비자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에서도 같은 사례가 연이어 확인됐다.에모리대학교는 10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

[2025 애틀랜타 세계 한인 비즈니스 대회] 핫틀란타 아틀란타 더울땐 냉면 그냥 냉면말고  #삼봉냉면
[WNB 10th Anniversary]  어느새 WNB 프렌차이즈 10주년 골프대회 그리고 아틀란타 팔콘스와 함께한 기념파티!
[플로리다 홈리뷰] 커뮤니티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단지 밖으로 안 나가고도 일년 내내 살 수 있을 듯한 기가 막힌 새 단지!! (feat. 당근, 닭, 유기농, 브라운씨)
[애틀랜타 홈리뷰] toll brothers빌더들의 집에 반할 수 밖에 없는이유! 다 돈이다! (toll brothers 2편)
[애틀랜타 홈리뷰] toll brothers빌더의 식을줄 모르는 인기! 모델홈이 없으면 이 영상하나로 끝!(1편)
[애틀랜타 뉴스] 2025년 4월 9일(수)#2025마스터즈골프#초청이민기준향상#6월3일대선#SNS내용검색#아틀란타한인단체동정#조지아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