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있는 풀꽃 한송이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 시, 문병란 시인 , 인연 서설 )
지구별은 온 우주의 무수한 별중에 별에 속하지도 못한 한낱 진눈깨비같은 존재란다.
그 진눈깨비 속에 잠시 머물다 간 인간들이 ‘왜 그렇게 조용히 살다 갈순 없을까’
생명이 흔들리는 혼의 세계 자연 속에 맘 담근다.
스모키 산자락에 서면 자연 속의 새 생명의 함성, 그시냇물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잎새들도 옛것인 것은 하나도 없다.
죽었던 가지들의 새로운 탄성, 새들의 목청도 다르고 흐르는 물소리도 옛것이 아니다.
‘생주 이멸’하면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 철따라 옷을 갈아입은 장엄한 대자연의 의식 속에 인간만이 자기 의식속에 속박된 몸도 마음도 죽어가는 모습인가…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간 ‘인간의 진짜 뉴스는 사랑이어야 한다.’
누가 더 많이 가졌는가? 누가 땅을 한치라도 더 가졌는가? 누가 문명의 이기를, 더 많이 그 이익을 차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 지구별 행성에서 살면서 인간이 누릴 ‘진짜 뉴스 핵심은 사랑이다.’
성경에도 전체 주제가 ‘사랑’ 이다. 모든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고 그렇게 태어 난 생명은 죽은 생명이다.
만물이 생명으로 출렁이는 이봄에 왜 인간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가…
난 요즘 솔직히 인간으로 사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편치 않다.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너는 누구 편이냐?… 우리 민족의 가슴에 참 사랑이 식은지 오래다.
남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도 ‘너는 태극기 파냐? 너는 누구 편 사람이냐 ?’
이 무슨 부끄럼인지 난 요즘 한국인이란 사실이 가슴 시리다.
국민을 위해 목숨 바쳐야 할 사람이 국민가슴에 총을 겨눈 지도자는 이미 국민을 버린 자이다.
국민을 버린 사람을 다시 세우면 언젠가는 국민 앞에 다시 총을 겨눈다.
몇 년 전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호텔 문마다 ‘쉰들러’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았는데 알고보니,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서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 주면서 죽음의 캠프로 부터 탈출시킨 유태인 쉰들러, 그 사람의 이름이었다. 이미 영화화된 ‘쉰들러의 리스트’ 전 재산을 내어주고 자신의 손목시계까지 풀어 주면서 마지막 한 생명이라도 구해서 헝가리로 이주시킨 ‘쉰들러’ 그 이름을 잊을 수 없어 가는 곳마다 그 ‘쉰들러’ 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 민족에겐 ‘4월은 왜 아픔인가?’ 철없이 고교 시절 4.19 데모로 최루탄을 맞고 학교 변소에 갇혀 하룻밤을 세웠다. 작은 오빠는 고대에서 4.19 데모로 생명 바쳐 얻어낸 자유대한민국이 이제는 좀 살만한 나라가 되었나 했는데 이 무슨 참변인지 모른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서민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지구별에도 상상을 초월한 문명의 세상이 찾아왔다. 이젠 사람은 가고 없는 로보트 시대가 왔다.
AI 시대로 과학 문명으로 세상이 열두 번 변해도 인간의 마음을 창조할 수는 없다. 마음을 만든다면 누구의 마음인가? 가짜 문명이 사랑을 창조할수 있는가 ?
하늘이 창조하신 인간의 참 마음을 과학이 창조할 수 있는가…
생명이 흔들리는 자연 속에 마음 담그면 인간이 얼마나 겸허히 삶의 질서에 자신이 순응해야 하는지 부끄러울 때가 많다. 칼 세이븐이 쓴 ‘코스모스’란 책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별이 얼마나 작은 먼지로 생성되었음을 보고 놀란다. 잠시 머물다 갈 지구별에 ‘진짜 뉴스는 사랑이어야 한다.’우리 인간은 우주의 지구별에 겸허히 자연 속에 온몸을 던져 서로 사랑하는 일… 그것이 ‘참복음 서로 사랑하라’ 이다.
사월의 숲
새빛, 새순, 새 영혼
온 우주의 새빛 휘감고
맑은 영혼 새 옷 갈아 입고 찾아오신
사월의 신부여!
나무마다 예술가의 혼을 지녀
신들린 바람에 입 맞추면
죽었던 가지마다 꽃이 피고 잎이 살아나
잠자던 산자락 생명의 혼 꿈틀거려
일어나라, 일어나라--
잠자는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우네
왜 사람의 가슴엔 사월은 아직 눈물인가 ?
나무마다 맑은 생명의 웃음소리
'' 행복은 아주 단순한 거예요''
출렁이는 그 기쁨, 생명의 함성
흔들리는 혼의 세계
하늘이 내리신 생명의 선물
새 목숨 받아 다시 태어나야지
이봄
꽃으로 --
바람으로---
사랑으로 --- ( 사월의 숲 , 박경자 1999년 쓴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