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사랑한다
‘사랑한다’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몇 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비가 그친 뒤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강물을 내려다본다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사랑한다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 ‘사랑한다’는 말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하는 게 한둘이랴. 긴긴 겨울밤마다 고라니가 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