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사람이라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
솔 바람 소리 들려주고 싶지만
그대들 값 모를까
그게 두렵네’
겨울 두터운 옷깃을 벗어버리고 연초록 새옷으로 갈아 입고 생명이 탄성, 4월의 숲으로 다시 태어난 흔들리는 혼의 숲을 찾으면서 휘파람 불어 산새들과 더불어 사시던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살다가 몇년 전 타계하신 스님 생각이 났다.
돌산 아래 살면서 산아래 흐르는 맑은 물 기암 절벽이 산중 생활을 스님이 좋아하셨으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사월의 숲에는 생명의 맑은 혼의 소리가 들리고 때묻은 내 속뜻을 맑게 씻어주는 나무들의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서 스님 생각이 났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함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전남 강진 다산 정약용 선생님 귀향지에서 태어났다.
석문산 바위 봄이면 진달래가 바위를 덮고 겨우 기어올라가 다산의 초당에 올라 갔던 꽃으로 불타던 봄을 미국의 남쪽 땅 애틀랜타에서 어린 시절 그 봄을 다시 그리워한다.
애틀랜타는 봄이면 꽃이 피지 않는 나무가 없다.
법정스님을 좋아해서 그분의 책을 거의 가지고 있다.
‘물 흐르고 /꽃이 피는/ 수류 화개’ 늘 세상도 그렇게 아름답기를 원하시던 강원도 산골 마을 동네 이름이다.
이 봄, 스님이 떠나신 그 강원도 산골에는 산새들이 스님의 휘파람 소리를 얼마나 그리워하겠는가…
종교의 계를 떠나 한사람 자연인으로 살다 가신 스님, 스님이 계시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타계하신 뒤 텅 빈 그 자리가 산새들마저 외롭고 쓸쓸하리라는 마음 한쪽 텅 빈 이 봄입니다.
‘어느 날 스님 계신 산골에 어느 낯선 여인이 찾아와 삶이 너무 힘들어 몇번이나 죽음을 생각하며 스님을 찾아왔다고 했다. 스님께서는 그 여인의 아픔을 다 들어 주시고 밤이 깊어지자 자신의 거처를 비워주시며 ‘하루 밤 자고 가라’고 하셨다. 깊은 산 홀로 계신 스님의 방에서 하룻밤을 재워 보내신 스님.
먼 훗날 그여인이 새 삶을 찾았고, 세인들의 가슴에 스님을 잊을 수 없는 그리움,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다가 한줌의 재가 되면 잊혀지는데 세월속에 스님의 그 맑은 영혼은 영겁의 세월을 함께 사십니다.
‘빈산 잎지고 비는 부슬부슬 /상국의 풍류도 이같이 적막구려/슬프다 한잔 술 올리기 어려워라/지난날 그노래 오늘 아침 이름일세’
스승의 사무치는 그리움에 ‘ 술 한잔 드시구려, 절 올립니다.’ 정철의 시이다.
스님 누워계신 그곳은 계실만 하신가요. 돌산 아래 맑은 물 흐르고, 기암 절벽 온통 봄 꽃이 들렀습니다.
무덤 하나 남기지 않으시고 휘파람새 찾아 훨훨 날아가신 스님, 한줌의 바람되어 온 우주에 그리움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