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고요와 풍요로움 속에서 따뜻한 마음과 여유로움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숲의 정경을 바라보는 가슴에는 새봄의 신비스러운 생명력이 살아나고 있다.
멘델스존의 <봄노래 Spring Song>는 봄날의 시정이 넘치는 감미로운 곡이다. 원래는 피아노곡인데 관현악으로, 실내악으로도 편곡하여 많이 연주하는 유명한 곡이다. 봄기운이 전원에 흐르는 가운데 봄의 숨결이 가득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깡틀루브”(Marie Joseph Canteloube 1879~1957 프랑스)의 “오베르뉘의 노래”(Songs of the Auvrgne 프랑스민요)중에서“바일레로”(Bailero)는 소프라노“네타니아 다브라스”(Natania Davrath 1931~1987 폴란드)의 노래이다. 사랑의 순수함과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는 그녀의 서정적인 노래는 맑은 영혼이 깃들어 있다.
일전에 우연히 CD 모음곡 중에 “네타니아 다브라스”의 “바일레로”가 수록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숨을 멎게 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찾았던 곡이라서 어느새 흥분된 가슴은 뛰놀기 시작했다. 그의 독집 레코드나 CD를 구하기가 참으로 어려웠기에 숱한 세월이 지난 후 찾아온 행운이라 여겨져 기쁨과 감사가 따른다. 고전음악 애호가들에게는 희귀음반을 만났을 때의 희열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집에 도착하자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이내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우아한 감성이 넘치는 그의 청아하고 영롱한 음성에는 순수함이 묻어 나온다. 관현악의 현란한 색채감과 함께 초원의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고 있다. 평소에 들었던 “키리 테 카나와”(소프라노)의 미성과 “후레데리카 폰 슈타테”(메조소프라노)의 매혹적인 음성도 “네타니아 다브라스”의 청순한 목소리에는 미치지 못한다. 바일레로는 노래에서 되풀이하는 일종의 후렴이다.
전원의 냇가 이쪽에서 목동과 건너편에 있는 양치기 아가씨와 서로 마주 보며 주고받는 사랑의 노래이다. 목가적 정경의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하는 이 곡은 전곡 중에 제일 유명한 곡이다. ‘목동이여! 냇물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으니 어쩌지요? 바일레로’‘그럼 내가 그쪽으로 건너가도록 하지요’ 바일레로! 곡 내용은 서로 주고받는 노래지만 솔로 소프라노의 노래이다.
한해에 걸쳐 고통스럽게했던 코로나 기간이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있나 보다. 코로나 상황에서 유익했던 것은 하루의 일과처럼 되었던 산책과 독서, 음악 감상의 시간이었다. 숲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가다듬으며 삶의 참 의미를 헤아리게 된다. 삶의 패턴(양식)이 바뀌어 분주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삶의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감 있는 삶의 전환은 취미생활을 통해 영혼과 내면을 풍요롭게 하며 삶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새롭게 맞는 봄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 듯하다. 이 힘든 시기에 밝은 희망이 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이웃을 돌아보는 타자 지향적인 삶으로 발돋움한 모습이다. 자신을 성찰하며 내면을 정화하는 선한 의지가 영혼의 풍요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선한 감정을 회복하려면 자신의 결함, 고통스러웠던 문제점과 마주해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데서 시작된다”
코로나 상황에서 자신의 속살을 드러냈던 미묘한 감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내적 바탕의 견고함을 위해 겪었던 아픔의 실체를 스스로 보듬어야 한다.
코로나 상황은 내면적인 세계에 가까이 다가가며 내적 진실성 유지에 힘썼던 기간이 되었다. 내적 진실성을 찾는 것은 절제와 고통이 수반되는 삶이다. 삶의 새로운 가치 추구와 내적인 삶을 일구어 나가는 열정과 헌신이 따라야 하리라. 코로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무엇이었던가? 삶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인간관계의 진실성을 회복하는 모습을 원하였음이 아닌가. 코로나 상황이 인간 정신을 단련하며 성숙한 삶을 살아내는 계기가 되었음을 감사한다.
코로나 상황 이후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을 외면하고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가? 외적 내적으로 조화를 이룬 삶의 흔적은 인내가 다듬어 낸 생활의 지혜가 현실적인 난제를 푸는 열쇠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코로나 시련기에 숲속 향연의 초대는 순수한 영혼이 살아나는 시간이 됨을 감사하고 있다. 시련을 통해서 스스로 위로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기간은 품격있는 삶의 성숙을 지향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감이 전신을 감싸고 있다. 자연의 음악이 흐르는 숲의 정경이 아름답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밝은 햇살이 비껴드는 숲에서 맑은 영혼과 마음의 평온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고요한 절정의 순간”에 고양된 영혼은 환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