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우일연 작가
“부모님이 자율·탐구 북돋워
전세계 한인들 창의력 폭발
지켜보며 자랑스럽고 기뻐”
“기본적으로 날 내버려 두셨다. 일명 ‘타이거 부모'(Tiger Parents)와는 정반대셨다."
미국 최대 권위를 가진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일연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부모의 교육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의대나 로스쿨 진학을 강요하는 많은 아시아계 부모들과 달리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라며 북돋아 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고 한다.
우 작가의 논픽션 ‘주인과 노예:남편과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는 올해 퓰리처상 전기 부문 공동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그동안 보도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한인은 있었지만, 도서(비보도) 부문 수상은 우 작가가 최초다.
우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로,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의 부친은 환기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설계한 재미 건축가 우규승씨다. 모친은 보스턴 컨서버토리 교수인 재미 피아니스트 김정자씨다. 다음은 인터뷰 문답.
-어린 시절을 어디서 보냈나.
▲보스턴에서 태어나 대학에 갈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한국에서 여름방학을 보낸 적이 몇 번 있다.
-저명한 건축가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를 두셨다. 부모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두 분 모두 모범을 보이시며 내게 영향을 많이 미치셨다. 두 분 모두 열심히 일하셨고, 또 일을 사랑하셨다.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소리를 즐기고 끊임없이 스케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부모님의 교육철학은 어떠셨나.
▲교육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날 내버려 두셨다. 일명 '타이거 부모'(Tiger Parents)와는 정반대셨다.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라고 북돋아 주셨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아시아계 미국인 부모들은 자녀를 의대나 로스쿨에 가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건축) 예술계 경력을 쌓으려고 의대를 그만두신 분이셨다. 나도 한때 내 문학 전공 학위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로스쿨 진학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내가 변호사가 되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며 말리셨다.
현명하시게도 직접 말씀하시진 않고, 이전에 변호사였다가 그만두신 아버지 친구분을 만나보라고 하셨다. 나중에 그분은 내 적성에 매우 맞지 않는 직업에서 관심을 떼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원래 작가가 꿈이었나. 영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나.
▲오랫동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오랫동안 인정할 수 없었던 꿈이기도 했다. 나는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문학 박사과정을 밟았지만, 특별히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기보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책의 주인공에 특별히 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크래프트 부부의 글이 내게 영감을 줬다. 대학원에 다닐 때 수업 때문에 그들이 1860년에 쓴 ‘자유를 찾아 달린 1천마일'을 읽었다. 매우 강력하고 잊을 수 없는 독서 경험이었다.
사랑 이야기이면서 모험 이야기이며, 이전에 접해본 적이 없었던 자기해방에 관한 이야기였다. 재밌는 점은 (아내인) 엘런이 공동 저자인 게 분명한데도 책의 (남편인) 윌리엄 크래프트로만 저자로 등재됐고, 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됐다는 점이다. 책에는 엘런만이 알았거나 봤을 장면이나 줄거리 묘사가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문화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다른 한국계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한국인의 창의력이 전 세계에서 폭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흥분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대부분 미국인에게 한국 문화가 낯설었던 시대에 자랐다.
문학도 비슷했다. 번역된 한국문학은 거의 없었다. 책에서 나와 닮은 아이가 등장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자랐다. 에이미 탄의 ‘조이럭 클럽'이 책과 영화로 나왔을 때 정말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 사람과 아시아계 미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픽션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오늘날 한국문화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게 한국문화 현상이 가진 핵심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스타일, 취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 사람들은 몹시 창의적이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창의적인 표현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끊임없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