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열씨 부부, 지역 초등학교에 명패^기부금 전달
미 전역 39개주 순회…참전용사 헌신 학생들에 전해
6.25전에 참전한 미군 전사자들의 고향을 찾아 미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를 찾아 감사와 기부를 전하는 한인 부부 구성열(80), 구창화(77)씨. 이들 부부는 지난 2020년부터 6.25전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미군 참전용사들의 고향을 찾아 지역 초등학교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와 기부금을 전하는 프로젝트를 펼쳐 감동을 주고 있다.
구씨 부부는 2020년 10월 버몬트에서 시작해 애리조나, 뉴욕,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테네시 등을 거쳐 2024년 1월 뉴저지까지 미 전역 39개주를 순회하며 전사자들의 헌신과 6.25전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한인 노부부의 참전용사 전사자 고향 방문 여정은 해당 지역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현지 주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1967년 미국에 와 뉴욕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체를 운영한 구성열씨는 현재 아내와 함께 버몬트에서 생활하고 있고, 지금은 직접 운전을 하면서 미 전역의 초교를 찾고 있다.
구씨 부부는 30일 뉴저지 제퍼슨타운십의 화이트록 초교와 어서 스탠릭 초교를 방문해 이 지역 출신인 상병 프레드 윌리암 아텐, 일등병 레이몬드 존 터틀의 이름과 얼굴, 복무 내역 등이 새겨진 명패를 전했다. 아텐 상병의 명패는 화이트록 초교 도서관, 터틀 일등병의 명패는 어서 스탠릭 초교 도서관에 각각 걸리게 된다. 또 부부는 각 학교 도서관에 각각 5,033달러씩을 기부했다.
이날 오전 한인 노부부가 학교를 찾자 전교생이 나와 환영했다. 이들 부부는 태극기와 6.25전의 역사와 의미가 담긴 책을 나눠주고,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이들 부부의 방문에 어린 초등학생들의 관심도 무척 컸다. 한 소년은 6.25전 참전용사인 자신의 할아버지 사진을 들고 나와 구씨 부부에게 소개했다. 다른 학생들은 구씨 부부를 위한 시를 지어 낭독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조상인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재조명하는 한인 부부의 모습에 학생들 역시 큰 감동을 받은 것. 또 부부의 방문 소식을 듣고 이 지역의 92세 미 공군 참전용사가 학교를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제퍼슨타운십 학군 교육감과 학교 교장들은 “학군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학교 도서관 재정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총 1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후원받아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구성열씨는 “우리 부부는 6.25전 당시 각각 6살과 3살로 희미하게나마 전쟁을 경험한 세대다. 점점 잊혀지는 역사를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전사자들의 고향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사자 명단을 일일이 살피면서 마음에 와 닿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으면 그들의 고향 지역 초교를 방문하고 있다. 6.25전에서 위기에 빠진 한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씨 부부는 오는 2월과 3월에 펜실베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전사자 고향 방문을 이어간다. 올해까지 미국의 50개 주 모두를 찾는 것이 목표다.
이들이 펼친 그간의 여정과 목표는 부부가 2019년 설립한 ‘6.25 재단’(625foundation.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씨 부부 가족을 비롯한 친지와 이웃, 동창들이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전사자 고향 방문 프로젝트를 위해 매년 6월25일이 되면 1마일을 걸을 때마다 일정액을 기부하는 ‘리버티 워크’ 행사도 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39개주의 40개 초교에 20만 달러가 넘는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
구씨 부부는 “미 전국 50개주 방문 프로젝트를 모두 마치면 우리가 찾았던 각 학교들을 연결하는 ‘리버티 트레일’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