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마켓서 천일염 판매 2~3배 급증
LA 한인타운에 사는 ‘워킹맘’ 이모씨는 지난주 한인 마켓 2곳을 돌며 한국산 천일염 소금 5kg 1포대를 비롯해 작은 용량의 소금을 몇 개 구매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안 방류가 시작되기 전에 가능한 많이 확보해두자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아이들이 김치를 좋아해 집에서 김치를 담고 있어 소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제 안전한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한국에서도 소금이 모자란다는 소식에 소금을 평소 보다 많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방류가 되고 나면 별 방법이 없다 보니 미리 사 놓아 대비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주변에선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소금을 보내 달라는 엄마들도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LA 한인들의 한국산 천일염 구매가 급증하자 구매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나오면서 품귀 현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면 한국산 소금에 대한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소금은 한인 식생활의 필수품인 데다 한국에서 수요가 급등해 품절 대란마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 한인들 사이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한국산 천일염을 미리 구입하려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한인 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한국산 천일염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평소 같으면 빈틈 없어야 할 소금 매대가 텅텅 빌 정도로 한인들의 천일염 수요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남체인 관계자는 “한국산 천일염 판매량이 평소 대비 3배 가량 급등하고 있다”며 “어마어마하게 사가다 보니 한국산 천일염을 매대에 내놓기 무섭게 없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갤러리아 마켓 올림픽점 관계자는 “천일염은 시류를 타는 제품이 아니라 예전 같으면 2~3명 중 1명 꼴로 천일염을 구입했다면 지금은 1명꼴로 천일염을 사가고 있다”며 “천일염 2~3개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
때아닌 한국산 소금 수요 급등에 일부 마켓은 물량 확보 차원에서 소금 구매를 인당 2개로 제안하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H마트 코리아타운 플라자점 관계자는 “최근 천일염은 진열되기 무섭게 품절된다”며 “하루에도 몇 번 소금을 다시 채워 놓지만 바로 소진돼 공급 안정화를 위해 부득이 구매 제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천일염 사재기 조짐이 나타난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로 인한 우려가 커지면서부터다. 지난 12일부터 오염수 방류를 위한 시운전에 들어간 일본 도쿄전력의 실제 방류가 임박하자 한국 내 소비자들이 천일염을 비롯한 소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한인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급등한 수요에 비해 한국산 천일염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내 소금 대란이 지속될 경우 수입 물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한 한인 도매업체 관계자는 “현재 보유 중인 소금 물량으로 버틸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 내 소금 공급처도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아 조만간 소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