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탄 한인부부 노려…풀러튼 집서 대낮에 공격
고급차를 탄 한인 노부부를 노린 강도가 한인 밀집 지역인 풀러튼에서 차량을 쫓아 집까지 따라와 대낮 미행강도 행각을 벌이려던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75세의 피해 한인은 한국 해병대 출신으로, 집 주차장까지 따라와 페퍼스프레이를 뿌리며 강도로 돌변한 남성 2명에 맞서 싸워 이들을 퇴치해 화제가 되고 있다.
ABC 방송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4일 풀러튼에 거주하는 한인 부부가 교회 출석을 마치고 홈디포에 들러 물건을 산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 3명에 의해 미행을 당했다.
테슬라 차량을 몰던 한인 부부는 이날 오후 12시30분께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풀러튼 지역 웨스트 라스 팔마스에 위치한 자신들의 집에 도착했다. 이들 부부가 차고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 차량을 타고 뒤따라 온 남성 들 중 2명이 다가와서 부부의 테슬라 차량에 흠집이 난 것 같으니 살펴보라고 말했다.
한인 남성이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차량 앞쪽으로 나와 몸을 구부리자, 그때 용의자 한 명이 갑자기 한인 남성에게 페퍼스프레이를 뿌리며 강도로 돌변했다.
하지만 피해 남성은 한국 해병대 출신으로 페퍼스프레이를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용의자 2명에게 맞섰다. 이에 당황한 용의자들은 뒷걸음질을 치며 도주했고, 마침 집 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조경업자들도 피해 남성의 고함 소리를 듣고 용의자들을 잡기 위해 마당에서 뛰쳐나왔다.
피해 한인의 아들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응한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당시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페퍼스프레이를 맞고도 용의자들과 대적할 수 있었다”며 “나이든 노인이 페퍼스프레이를 맞고도 자신들에게 달려들자 용의자들이 당황해서 도망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건 당시 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조경업자들이 아버지가 소리치는 것을 듣고 뛰쳐나와 용의자들을 뒤따라갔다”며 “조경업자들은 우리 가족을 구한 영웅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교회를 다녀오던 한인 노부부가 대낮에 미행강도 피해를 당할 뻔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풀러튼에 거주하는 안민선(34)씨는 “저도 가족들과 매주 일요일 교회에 다녀온다”며 “안전하다고 믿었던 우리 동네에서 대낮에 이런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현재 LA 카운티 셰리프국 월넛지서와 풀러튼 경찰국이 해당 사건을 조사 중에 있으며, 경찰은 차로 약 18분 정도 떨어진 로랜하이츠 지역에서도 최근 유사한 미행강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건과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