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후원 태평양 요트원정대 횡단 성공 쾌거
1903년 갤릭호의 이민 선조들에서부터 시작된 미주 한인 이민사 120년은 질곡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발전과 영광을 이뤄낸 드라마틱한 불멸의 대서사였다.
올해 뜻깊은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이처럼 자랑스러운 이민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고난과 희망의 여정을 되새기고 기억하기 위해 이민선 겔릭호의 길을 거슬러 항해에 나선 담대한 도전이 마침내 성공을 이뤘다.
본보의 단독 미디어 후원으로 LA에서 하와이를 거쳐 인천 제물포항까지 생사를 건 태평양 횡단에 나선 남진우 대장과 유도열, 박상희, 조셉 장 대원 등 이민 120주년 요트 원정대 4인이 한국시간 4일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인천 제물포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태평양의 망망대해, 때론 외로움과 싸우며, 때론 거친 풍랑과 사투하며 총 93일 동안 장장 9,500여 마일에 달하는 험난한 대장정을 요트 하나로 이뤄낸 불굴의 성취다.
지난 3월4일 LA 마리나 델레이 항에서 출발한 남진우 대장의 ‘이그나텔라’호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 해상계류장에 들어와 성공적으로 돛을 내렸다. 원정대의 인천 입성은 해외 한인사회의 숙원으로 설립된 재외동포청이 5일 공식 출범하는데 맞춰 이뤄진 것으로 재외동포청 출범을 축하하는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원정대 4인은 오로지 요트 하나에 의지한 3개월여 간의 기나긴 여정 끝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마침내 종착지인 인천에 도착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항구에 정박한 요트에서 내린 대원들은 감격스러운 듯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이날 인천시 요트협회도 원정대를 환영하기 위해 요트 3척을 해상에 띄워 이들을 마중 나갔다. 대원들의 가족과 친구 등도 원정대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항구를 찾았다. 인천시와 요트협회는 ‘연어의 귀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환영 행사도 준비했다.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캄캄한 밤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연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바람이 없는 무풍지대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전기 문제로 싣고 온 냉장고와 음식들을 버리기도 했다.
남진우 대장은 “이렇게 오래 배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무사히 도착하게 돼 다행”이라며 “시야가 확보되지 않거나 태풍급의 강풍을 만나는 상황도 있었지만 선잠을 자면서 이를 헤쳐왔다”고 말했다.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정대가 들린 곳마다 한인들이 이들을 반겨줬다. 음식이나 연료 등이 부족할 때마다 현지 한인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원정대는 한국인의 정이 어떤 것인지 몸소 느꼈다고 한다.
남진우 대장은 “하와이에선 선조들의 발자취와 역사를 공부하고자 이들이 묻힌 묘지에도 가봤고 역사적인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다”며 “하와이 사이판 등 오는 길에 들린 곳마다 한인회가 우릴 환영 해줬고 한인으로서 끈끈한 민족애를 느끼며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 회장은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강동석 씨의 용감한 도전에 큰 자극을 받아 우리도 도전에 나서게 됐다”면서 “120년 한인 이민 역사 속에 축적된 이민 후손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고국에 널리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요트가 대중적으로는 아직 생소한 스포츠이지만 낭만과 역동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취미인 만큼 이런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요트를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