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찬양활동 여론전
시애틀 한인 사이트 등
LA 한인 인사도 포함
국보법 사각지대 노려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한 매체가 미주 한인들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북한을 찬양하는 사이버 여론전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정보당국은 이들 한인들이 실제로 북한의 지시를 받고 한인사회에서 북한 찬양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같은 움직임이 미 전역 한인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인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한국 정보당국이 주목하는 사이트는 워싱턴주 한인이 운영하는 ‘시애틀 한마당’ 사이트다. 현지 한인 부동산업자 강모씨가 개설한 이 사이트에는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평양모란봉편집사’의 대외 선전 홈페이지 선전물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국 정보당국은 평양에 본사를 두고 중국 등 해외에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는 모란봉편집사가 지난 2014년 개설한 ‘조선의 오늘’이 한국에서 접속 차단되자 미주 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또 모란봉편집사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텔레그램, 틱톡, 위챗, 큐큐 등 유명 소셜 미디어에 계정을 만들어 북한 체제 선전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시애틀 한마당 사이트에는 운영자인 부동산 업자 강모씨와 LA 거주 유명 생물학자 김모씨 등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선 한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조선의 오늘’과 LA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친북 매체인 ‘민족통신’으로 접속하는 배너가 있다. 지난 2000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미 국립보건원(NIH)의 유전자 연구에 참여한 김씨는 민족통신의 필진이기도 하다.
정보당국은 최근 모란봉편집사 등 북한 선전 조직의 활동을 추적하던 중 강씨와 김씨가 모란봉편집사와 접촉해 지시를 받았거나 연계됐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또 강씨와 김씨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북한 체제 찬양글을 모란봉편집사가 적극적으로 미주 한인사회에 알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시민권자인 강씨와 김씨는 이미 2016년 국가정보원의 수사망에 올랐던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북방첩센터를 설치해 대공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내 시민권자 한인들의 경우 수사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 당국 한 관계자는 “한국의 국가보안법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시민권자 한인들이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하고 있는 사례”라며 “한인사회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 민족통신을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조선신보, 조선음악, 조선인포뱅크, 내나라, 우리민족끼리 등 31개 친북 인터넷 사이트에 블랙아웃 조치를 내렸다. 이어 2019년에도 인터넷을 통해 외국어로 번역 뉴스를 보급해 온 ‘조선의 오늘’, ‘서광’,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KCNA Watch’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접속차단 조치를 결정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