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미산악회원 7명, 워싱턴주 콜처크 피크 등반중
7,000피트 지점서 눈사태 만나 산골짜기로 추락…1명은 중상
구조대, 악천후 잠잠해지면 23~24일 시신수습 예상
뉴욕 한인 산악인 3명이 워싱턴주의 콜처크 피크 원정 등반 중 눈사태 사고를 만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뉴욕한미산악회에 따르면 워싱턴주으로 겨울 등정에 나섰던 뉴욕한인회 소속 회원 7명은 지난 19일 오후 1시께 콜처크 피크(Colchuck Peak) 7,600피트 지점을 오르던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눈사태에 휩쓸리면서 산골짜기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뉴욕한미산악회의 조성태(53) 회장과 박윤권(66)씨, 이지니(60)씨 등 3명이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박승찬 전 회장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함께 등반에 나섰던 나머지 2명은 다행히 눈사태에 휩쓸리지 않았으며, 또 다른 1명은 정상 도전에 나서지 않고 베이스캠프에서 머문 덕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산악회 측은 설명했다.
사고 직후 박 전 회장과 사고를 당하지 않은 대원들은 즉시 하산해 구조대에 신고를 하고 구조에 나섰으나, 강풍 등 악천후 탓에 구조 헬기가 뜨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 조사에 나선 첼랜 카운티 셰리프국은 “사고 발생 당시 등반 선두주자가 빙벽을 오르던 중 얼음 도끼를 빙벽에 고정 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이 눈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보여지고 있다”며 “이는 등반자의 책임이 아닌 겨울철 악천후에 빙벽을 오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 재해의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구조대 측에서는 악천후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는 23일 또는 24일에나 헬기를 동원, 사고 현장에 접근해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등정에 나섰다가 다리 골절 부상을 입은 박승찬 전 회장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나기 전까지 등반 과정에서 바람은 불었지만 산을 오르는 데는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베이스 캠프를 떠난 지 4시간 가량이 지난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눈사태가 갑자기 발생했고,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눈을 피하지 못한 채 골짜리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이어 “사고가 난 후 즉시 나머지 회원들과 하산해 구조대에 알린 후 조난자들 구조에 나섰으나 날씨 때문에 결국 시신 수습에는 실패했다”면서 “사고현장 지점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조 회장과 박윤권씨, 이지니 씨는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한미산악회에 따르면 조 회장 등 회원 7명으로 구성된 겨울등정 등반대는 지난 16일 뉴욕에서 시애틀로 출발해 드래곤트레일/콜처크 피크 원정을 한 뒤 20일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사망한 조 회장은 10년 이상의 등반 경력을 가진 베테란으로 알려졌지만, 박윤권씨와 이지니씨는 경력이 5~6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