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여파·경제난 스트레스 등 원인 다양
미주 한인들의 자살이 다시 급증하는 등 한인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이민생활의 스트레스와 박탈감, 배우자와 자녀와의 가정 불화 등 다양한 추정 원인이 나왔다. 70년대와 80년대의 경우 한인들이 리커 등을 운영하면서 범죄로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2010년 대에 들어서는 자살이 미주 한인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전국적으로 자살로 인한 한인 사망자 수는 20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년의 181명과 비교해 14% 증가한 숫자였다.
전국 한인 자살은 지난 10여년간 증가세를 보여오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크게 감소했었다. 관계자들은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면서도 여러 요소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김재원 코디네이터는 “한인 자살 증감 추세는 미국 전체 추세를 따르고 있다”면서 “2019년 실업률이 50년만에 가장 낮은 등 경제 상황이 좋았던 것이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2020년의 경우 팬데믹이라는 재난이 닥쳤지만 이 또한 다른 방향으로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쳤는데 자살로부터 보호하는 물리적, 심리적인 사회 요인 강화, 우울증이나 불안이 보편적 증상으로 일반화하는 사회적 분위기, 정신문제를 겪는 이들에 대한 낙인화 감소, 정부의 구제책과 자선단체 활동 증가로 인한 보호망 강화 및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 체감 등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2021년에 왜 다시 증가했을까. 김 코디네이터는 “경제 활동이 정상화됐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회복되지 않고, 더딘 회복에 지치고, 많은 사람들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나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등 재난 후 정신건강 위기의 시기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분석했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인 비영리 기관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측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KYCC 임상 서비스 코디네이터인 에릭 지 박사는 “정신건강과 관련해 재난 후 단계적 과정이 있는데 ‘허니문’ 단계를 지나 ‘환멸’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전했다.
그는 “허니문 단계는 커뮤니티 유대감이 형성되고, 다양한 지원과 서비스가 제공되고 모든 것이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존재한다”면서 “백신 개발과 경제 활동 재개로 인해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