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근씨 살해 1주일전 USC에서 중국인 흉기 공격
지난달 사우스 LA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려 참변을 당한 70대 한인 이달근씨가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로 희생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LA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5일 자신이 운영하는 코인 론드리 샤핑몰 주차장에 세워둔 밴에 앉아 있다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이씨가 사망한 사건의 용의자가 지난 5월17일 사건 현장에서 1/3마일도 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주택에서 체포됐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도주한 용의자의 영상을 확보한 LA 경찰국(LAPD)가 공개 수배령을 내렸고 사건 발생 1주 후인 용의자 가족의 신고에 의해 25세 흑인 남성이 용의자로 검거되었다.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이 너무 무작위적이고 잔인했기에 경위를 알고 싶었던 캐시 이(40)씨는 직접 조사를 하다가 체포된 25세 흑인 남성 용의자의 아시안 증오범죄 전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법원에서 입수한 형사 고소장 사본에는 아버지 이달근씨가 습격을 당하기 1주일 전 USC 캠퍼스에서 중국인 남자 유학생(20)을 흉기로 공격한 혐의가 추가되어 있었다.
이씨는 자신의 모교인 USC로 찾아가 공격을 당했던 중국 유학생을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고 당시 캠퍼스 경찰에게 체포되었던 용의자가 경범죄 처벌을 받고 풀려났음을 알고 망연자실해졌다. 그 당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더라면 미국으로 이민와 3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했던 아버지가 은퇴를 앞두고 참변을 당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LA 타임스가 요청한 LA 경찰국의 설명은 체포된 용의자에 대해 흉기를 소지한 중범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지만 형사 기소 대신 경범죄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이었다.
그 날이 바로 이달근씨가 참변을 당하기 하루 전인 5월 4일이었다.
LAPD에 따르면 이씨 피살 사건 외에도 올해 상반기 LA 카운티에서는 176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15년 만에 가장 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수년 간 LA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초기 폭행의 심각성을 높이는 행동 패턴을 확인했다”며 “고 이달근씨 피살과 이전의 공격 사건이 아시안 증오범죄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으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하은선 기자>